범죄 심리를 분석하는 프로파일러들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모(56)씨가 경찰이 쥔 패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에 순순히 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처제 살해 혐의로 부산교도소에 수감된 화성연쇄살인 용의자를 총 네 차례 조사했다. 그가 범행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는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술 분석은 강호순의 심리분석을 맡아 자백을 끌어낸 공은경 경위를 포함해 프로파일러 3명이 담당하고 있다. 당시 화성 사건 수사팀이었던 하승균 전 총경 등이 전문가 자문단으로 합류했다.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라 현재 경찰에게는 그를 강제로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때문에 이씨의 조사는 면담 형태로 진행됐다. 이씨가 조사를 거부하면 강제할 수 없지만 그는 꼬박꼬박 면담에 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어떤 증거를 확보했는지 파악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대응을 하기 위해 순순히 면담에 응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노컷뉴스에 “지금까지 (수사를) 잘 피해왔는데 경찰이 뭘 가지고 자신을 범인으로 몰고 있나 상당히 관심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자료수집 차원에서 면회(조사)에 응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 역시 “현재 수사 주도권은 이씨가 갖고 있다. 가석방이 어렵다고 생각하면 경찰과 딜을 하거나 아예 입을 닫을 수도 있다”며 “그도 뭘 알아야지 대응을 할 거 아닌가, 어느 정도까지 증거가 드러나면 그 때는 (조사를) 거부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경찰은 여죄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10차 사건 피해자가 발견된 1991년 4월부터 이씨가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검거된 1994년 1월까지 경기 화성과 충북 청주 일대에서 실종되거나 살해된 채 발견된 여성이 있는지 다시 살펴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죄가 드러나도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 교수는 “가석방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는데 왜 자백을 하겠나”라며 “자백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