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합작법인을 통해 글로벌 자동차회사에 자율주행 기술을 공급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기존의 내연기관차나 전기차보다 수소전기차가 자율주행차 시대에 적합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자율주행 기술 기업 앱티브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이유에 대해 “다른 자동차 회사에 기술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단순 지분투자가 아닌 합작법인을 만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현지에서 2조4000억원을 출자해 앱티브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체결식을 가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합작법인의 파트너로 앱티브를 선택한 데에 앱티브의 사업 목표와 기업 철학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은 “구글같은 경우 자율주행은 구글이 하는 사업의 일부지만 앱티브는 자율주행 그 자체가 목적”이라면서 “현대차그룹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안전이 가장 중요한데, 앱티브사는 안전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말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완성차에 장착해 시범운영을 시작하고, 2024년에는 본격적으로 자율주행차를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성능뿐만 아니라 원가 측면에서도 만족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우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뛰어나다면 다른 완성차 회사들이 이 합작법인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합작법인은) 자동차 회사들과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자율주행 시대에 대한 전망도 조심스레 내놨다. 그는 “환경과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소비자들이 자율주행차를 타고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시기는 보수적으로 봤을 때 2030년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시대에 수소차의 전망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정 수석부회장은 “향후 자율주행차가 레벨 4, 5 수준으로 가면 전력 소모가 커져 지금과 같은 배터리 전기차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장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수소차는 자율주행차에도 적격이기 때문에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는 서로 맞물려 개발될 것이다. 수소전기차는 자율주행차의 좋은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일본과의 무역분쟁으로 인해 자동차 부품 수급에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일부 화학 소재가 문제인데 구매처를 다양화해 안정화하고 있다”면서 “양국 경제 관계가 정상적으로 잘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