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를 맡고 있는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미국과 북한이 올해 연말까지 북핵이나 양국 관계에 있어 유의미한 합의를 체결할 가능성이 70% 이상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문 특보는 23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인터넷매체 복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이 연말까지 어떤 종류든, 일을 진전시킬 만한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그는 “(양국의 합의가) 전혀 중요치 않은 사안에 대한 형식적 수준의 합의서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 중지 외에 핵활동 완전 동결을 제안할 수 있다. 매우 실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양국 합의 내용이 ‘영변 플러스 알파(+α)’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 해체와 핵개발 중지를 골자로 한 연내 북·미 합의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복스는 “문 특보가 자신이 한국 정부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의 견해는 틀림없이 한국 최고위층 일부의 생각을 대변한다”며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이 같은 전망을 공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다만 “모든 것은 미국이 이에 상응해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북한에 대한 ‘부분적 제재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북한은 남측과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사업 등을 재개할 수 있을 만큼의 부분적 제재완화를 원한다”며 “북한이 지금 당장 ‘빅딜’을 수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경제적 보상이 주어지기 앞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에 나설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어느 정도 타협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문 특보는 또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지연되고 있는 현 상황을 양국이 자신들의 의제를 미세하게 조율하고 있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합의를 원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어떤 합의를 원한다”며 재차 낙관론을 펼쳤다. 양측 모두에게 일정 수준의 합의 체결이 필요한 국내 정치적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한과의 협상에서 성과를 낼 필요가 있으며 김 위원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양국 관계를 개선하는 데 더 유리한 조건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 두 정상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상황에서 양국 간 유의미한 합의가 체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 특보의 주장이다.
문 특보는 연내 북·미 합의가 타결되지 않을 경우에는 “2017년 또는 더 나쁜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7년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 ‘불바다’, ‘화염과 분노’ 등의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강경하게 대치하던 시기다. 그는 “(합의체결이 없을 경우) 북한은 장거리미사일 실험을 다시 할 수 있고, 7차 핵실험에 나설 수도 있다”며 “최악의 상황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공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