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난민 불인정교부서, 신청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 써야”

입력 2019-09-24 15:16

난민 신청자가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을 때 법무부가 발부하는 ‘난민불인정결정통지서’가 한글과 영문으로만 배포되는 데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정 권고를 내렸다. 당사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서류가 발부되면서 절차적 권리가 일부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인권위는 24일 난민불인정결정통지서 교부 시 난민신청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여 제공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통지서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교부하는 게 난민 신청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이유다.

인권단체들은 법무부가 난민불인정결정통지서를 한글과 영문으로만 적어 교부하는 데 대해 문제를 지적해왔다. 이번 권고는 지난해 4월 제주도에서 예멘인 412명에게 한글과 영문만 병기된 난민불인정통지서가 교부되면서 당사자들의 권리가 침해받았다는 진정이 인권위에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인권위 조사 결과 예멘 난민 신청자 484명 가운데 아무 지위도 인정받지 못한 55명에게만 예외적으로 아랍어로 번역된 통지문이 제공됐다.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412명은 한글과 영문만 병기된 난민불인정통지서를 전달받았다. 법무부는 이들에게 통역을 제공했다고 밝혔으나 당사자들은 통역으로부터도 불인정 사유를 전달받지 못했다. 난민으로 인정받은 2명과 신청이 직권취소된 15명은 어떤 언어로 문서를 전달받았는지 파악되지 않았다.

인권위는 “피해자들이 불인정 사유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한 참고인 진술을 받아들여 진정을 기각했다. 그러나 난민법 상 해당 문서의 교부 취지 자체가 난민신청자가 이의신청이나 소송제기 등 권리구제절차에 접근하도록 보장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 점을 들어 관련 규정을 개정하도록 권고했다.

법무법인 ‘감사와 동행’의 김진 변호사는 “법무부가 앞서 7월 난민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내놨지만 여기에도 난민 신청자의 알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인권위의 이번 권고에 따라 난민 신청자가 불인정 사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번역·통역이 제공되도록 개정안이 하루빨리 보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