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가 그린 초상화로 만나는 문인들

입력 2019-09-24 14:04
‘얼굴은 개칠 할 수 없는 존재의 꽃/ 서로 다른 향내를 지녔다.’ 정진규 시인이 말했듯, 얼굴은 어쩔 수 없이 인물의 인품과 감수성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최초의 신소설 작가 이인직부터 당대 최고의 인기 소설가 김훈에 이르기까지 문인들의 얼굴을 초상화로 만나보는 건 어떨까.
오수환이 그린 시인 윤동주, 1973년 작. 영인문학관 제공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은 27일부터 '문인들의 얼굴 이야기-문인초상화전'을 연다. 근대부터 지금까지 우리 문단을 수놓은 문인 137명의 초상화가 전시된다

최남선, 이광수, 주요한, 김동인, 김안서, 김광균, 윤동주, 나혜석, 김훈, 노천명 등 한국 근현대사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긴 소설가 68명과 시인 69명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초상화로 옮긴 미술 작가들도 화단의 주요한 이들이다. 변종하, 장욱진, 서세옥, 천경자, 김구림 등 특유의 필법으로 시인과 소설가들의 내면을 잡아냈다. 오수환은 표현주의적 붓질로 고뇌하는 지식인 윤동주를 표상했다. 천경자가 그린 노천명의 얼굴에는 여성적 감수성이 배어나온다.
천경자가 그린 시인 노천명. 1973년 작.

예술가 초상을 주제로 영인문학관이 연 네 번째 전시회로, 11월 15일까지 거의 두 달 간 이어진다. 전시 기간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는 '작가와 만남'을 주제로 이종상 화가, 신달자 시인, 김주영·박범신 소설가 등의 강연도 진행된다.
김구림이 그린 나혜석. 1981년 작.

27일 오후 4시 개막 행사로 'AI 시대의 얼굴의 의미'를 주제로 문화평론가 이어령이 문학 강연을 한다.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은 인사말에서 "이번에는 연필로 스케치한 캐리커처와 자화상을 주로 모아 보았다"면서 "사실적 초상화와 추상적 초상화의 차이도 생각해 보았으며, 사진 시대의 초상화가 가야할 방향과 의의도 짚어보려 했다"고 말했다.

관람료는 성인 6000원, 학생 4000원.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