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린 외국 정상들과의 정상회담도 방위비 인상과 무기 구매를 압박하는 장으로 활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의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의 무기 구입에 대해서도 굉장히 많은 논의를 할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의 최대 군사장비 구매국이고 우리는 그동안 잘 논의해 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최대 군사장비 구매국’이라고 표현하면서 한국이 미국 무기를 구입하는 ‘큰 손’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공개적으로 한국에 미국 무기 추가 구매를 요청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미국 무기 구매 여부와 방위비 인상 압력을 연계시킬지는 미지수다. 한국이 미국 무기를 사들여도 방위비 인상 압력을 낮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유지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지소미아 등 한·일 갈등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소미아 대신 미국 무기 구매를 꺼내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를 무대로 한 방위비 인상 압력은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밀월 관계인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만나선 독일과 프랑스 등 동맹국들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곳(폴란드)으로 미군들을 이동시키고 있다”면서 “폴란드는 비용을 부담하고 있으며 미군 주둔 시설들을 건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폴란드가 우리에게 다가와 미군 주둔을 부탁했다”면서 “그들은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왜 유럽은 더 많은 돈(방위비)을 내지 않느냐. 왜 항상 미국만 돈을 써야 하느냐”면서 “나는 오랫동안 이 문제에 대해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또 “독일은 왜 더 많은 돈을 내지 않느냐. 프랑스는 왜 돈을 내지 않느냐”면서 “왜 항상 (돈을 내는 것은) 미국이냐”고 비난했다. 폴란드 정상 앞에서 독일과 프랑스를 직접 거론하면서 불평을 늘어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12일 백악관에서 열린 두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폴란드에 미군 1000명을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두다 대통령은 “미군 주둔을 위한 기지와 기반시설을 제공하고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두다 대통령은 또 “미국산 F35 전투기 32대를 구매하겠다”고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샀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