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자살율 9.7% 증가세로 전환…다시 OECD회원국 1위

입력 2019-09-24 13:35 수정 2019-09-24 15:11
픽사베이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하루 평균 37.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자살 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10% 가까이 증가했다. 10~30대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었다. 지난해 총 사망자 수는 29만8820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였다. 남녀 모두 사망원인 1위는 암이었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은 2018년 사망원인통계에서 지난해 자살사망자는 1만3670명으로 2017년보다 9.7%(1207명) 증가했다고 24일 밝혔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018년 26.6명으로 2017년(24.3명)보다 9.5% 늘었다. 지난해 자살률을 성별로 보면 남성은 38.5명, 여성은 14.8명으로 남성이 2.6배 높았다. 전년보다 남성은 10.4%, 여성은 7.4% 증가했다.

지난해 자살에 따른 사망률은 5년 만에 다시 증가한 것이다. 증가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다.

연령별 자살률은 80대 이상, 70대, 50대, 60대 순이었다. 전년 대비 8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2018년 자살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10대, 40대, 30대 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다만, 자살률은 2018년에 가장 높았던 3월(전년 대비 35.9% 증가) 이후 하향추세로, 작년 8월 이후 전년 대비 증가율(2018년 8~12월 2.5%)이 대폭 낮아졌다.

뉴시스

정부는 올해 들어 1∼7월에는 자살률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8%(600명 안팎) 감소했다. 중앙심리부검센터 ‘2018년 심리부검 결과보고서’를 보면, 자살사망자 1명당 평균 3.9개의 생애 스트레스 사건(직업 스트레스, 경제적 문제, 신체 건강 스트레스, 정신건강 문제, 가족 관련 스트레스, 부부관계 스트레스, 연애 스트레스, 가족 외 대인관계, 학업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유명인 자살 사건으로 인한 모방 효과가 2018년 자살사망자 증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2017년 12월부터 시작해 지난해에는 가수, 배우, 정치인 등 유명인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월별 자살률을 보면 1월, 3∼4월, 7월에 전년 대비 증가 폭이 컸는데,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유명인 자살사건 시기와 맞물린다.

지난해 7월 노회찬 의원이 목숨을 끊었다.

이런 현상은 ‘베르테르 효과’라 불린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에 따라 붙여진 것으로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 자살을 시도하는 것을 가리킨다.

아울러 2018년에 자살에 대한 허용적 태도가 증가하는 등 자살 관련 국민 인식이 악화한 것도 한몫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복지부는 자살예방법에 따라 2013년부터 5년마다 자살실태조사를 하는데, 2018년 조사 결과 ‘자살을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이 2013년 2.43점에서 2018년 2.61점으로 높아졌다. ‘고통받는 상황에서 자신이나 타인의 자살을 용인하는 태도’ 역시 2013년 2.96점에서 2018년 3.02점으로 증가했다. 복지부는 2018년 이후 추진하고 있는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적극적으로 시행해 자살시도자와 유족 지원을 강화하는 등 정책적 효과를 높이기로 했다.

정부는 모방 자살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경찰, 소방서 등과 협력해 유명인 자살사건 발생 때 유서와 수단 등을 공개하지 않도록 하는 등 대응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