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돼지고기 파동에 전 세계 대혼란…돼지족발도 품귀

입력 2019-09-24 12:45 수정 2019-09-24 19:22
김포의 돼지열병 확진농장에서 살처분되는 돼지들.연합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여파로 중국에서 돼지고기 파동이 일어나면서 전세계 육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중국이 돼지고기 수입을 크게 늘리자 돼지고기 뿐아니라 대체 육류인 소고기와 닭고기, 양고기까지 연쇄적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약 1억5000만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되자 돼지고기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전 세계에서 육류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브라질에서는 닭고기 등 가금류의 중국 수출량이 1년 전보다 31%나 급증하면서 닭가슴살과 닭다리 등의 소매가격이 16%가량 올랐다. 유럽에서는 돼지고기 소매가격이 평균 5% 올랐고. 호주 식료품점의 양고기 가격은 14% 급등했다. 뉴질랜드는 소고기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영국에선 돼지고기 가격이 2017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돼지고기 파이로 유명한 베이커리 체인점 디킨슨앤모리스는 최근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26%나 오르자 돼지고기 파이 가격을 10~15% 인상했다. 디킨슨앤모리스 관계자는 “돼지고기 공급이 부족해 돼지고기 파이를 일주일에 4000개 정도밖에 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돼지고기 가격 변동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미국 선물시장에서 12월물 돈육 가격이 9월에만 4.5% 올라 곧 육류가격이 급등할 수 있음을 예고했다. 육류가공업체인 타이슨 푸드와 스미스필드 푸드, 샌더슨 팜의 경영진은 유럽과 남아메리가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중국에 돼지고기 수출을 늘리면서 전세계 육류부족 현상이 빚어져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상하이 슈퍼마켓의 돼지고기 코너. 연합뉴스

중국은 연간 약 5530만t에 달하는 자국 돼지고기 소비량 대부분을 국내에서 공급해왔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 여파로 돼지고기 생산량이 올해 약 1620만t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전 세계 돼지고기 거래량의 배에 가까운 규모다.

중국은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육류 수입 확대를 위해 애를 쓰고 있다. 5월과 7월 사이 중국의 돼지고기, 닭고기, 쇠고기, 양고기 등 육류 수입은 70% 가까이 증가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육류가격지수는 올해 10% 올라 2015년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최근 브라질의 육류 가공 공장 25곳을 추가로 승인해 현지 수출인증 육류 공장을 89곳으로 늘렸다. 브라질의 육류 가공업체인 BRF사는 중국 수요에 맞추기 위해 돼지고기와 닭고기 수출능력을 30% 정도 늘리고 있다. 파트리시오 로너 BRF 부사장은 “중국 수입업자들이 평소 돼지고기 구매량의 3배를 사고 싶어한다”며 “그 결과 브라질 소비자들은 더 비싼 값에 닭고기를 사야한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소고기를 즐겨먹는 아르헨티나에서는 육류 가격 급등으로 일부 주민들은 소고기를 사먹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올해 대 중국 소고기 수출은 배 이상 늘었고 가금류는 68%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국내 소고기 가격은 전년 대비 51% 올랐다.

스페인에서는 업체들이 더 돈벌이가 되는 중국에 돼지고기를 수출하면서 국내 시장에서는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스페인 최대 돼지고기 가공업체 관계자는 “중국으로 수출하면 더 비싼 가격에 팔수 있기 때문에 스페인에서는 돼지 족발 같은 값싼 고기 조차도 시장에서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