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미국의 공동연구진이 인체 조직의 3차원 게놈 구조 해독에 성공하며 각종 복합 질환의 기전을 규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KAIST는 생명과학과 정인경 교수와 미국 루드윅 암 연구소(Ludwig Institute of Cancer Research) 빙 렌 (Bing Ren) 교수 공동 연구팀이 인체 조직의 3차원 게놈 지도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자가면역질환 등의 복합 질환은 질환과 관련된 중요한 유전변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놈은 유전자를 발현하는 ‘전사 지역’과 이를 제외한 나머지 영역인 ‘비전사 지역’으로 나뉘는데, 대부분의 유전변이는 DNA가 단백질을 생성하지 않는 비전사 지역에 존재한다.
이 때문에 DNA 서열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단순한 유전체 연구만으로는 게놈의 모든 기능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인체 내 27개 조직을 대상으로 게놈의 3차원 구조를 규명하기 위한 ‘표적 염색질 3차 구조 포착법(promoter-capture Hi-C)’이라는 신규 실험기법을 활용, 고해상도의 3차원 게놈 참조 지도를 작성했다.
그 결과 인간 게놈에 존재하는 약 90만개의 3차원 염색질 고리 구조를 발굴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각 인체 조직에 특이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3차원 게놈 구조를 기반으로 지금까지 기능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던 2만7000여 개 이상의 질환과 연관된 유전 변이의 기능을 예측했다.
특히 질환별 표적 유전자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각 질환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규명하고 여러 질환에 공통적으로 관여하는 분자 기전을 새롭게 제시했다.
질환의 상관 관계는 유전 변이의 유사도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으로, 각 질환을 하나의 독립된 현상으로 이해하기보다 여러 질환이 동일한 원인 유전자에서 유래될 수 있다는 가설을 새롭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인경 교수와 빙 렌 교수가 공동 교신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 9월1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정 교수는 “복합 질환의 기전 규명을 위해 비전사 게놈이 중요하다는 것과 다수의 중요 유전변이를 3차원 게놈 구조 해독으로 규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퇴행성 뇌 질환을 포함한 각종 복합 질환의 신규 기전 규명 및 표적 발굴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