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구충제 ‘펜벤다졸’ 복용 후 말기 암 완치됐다는 유튜브 영상 살펴보니…

입력 2019-09-24 06:21
월드빌리지 매거진TV 캡처

강아지 구충제를 먹고 말기 암을 완치한 사연이 소개된 유튜브 영상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각에선 품귀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보건당국은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절대 복용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강아지 구충제가 말기 암 환자들의 항암제도 돌변한 이유는 지난 4일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때문이다. 월드빌리지 매거진TV는 이날 ‘말기 암 환자 구충제로 극적 완치, 암세포 완전 관해, 암 환자는 꼭 보세요’라는 제목의 10분 40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엔 미국의 한 남성이 등장한다. 미국 오클라호마에 사는 조 티펜스라는 60대 남성은 2016년 말 소세포폐암 진단을 받았고 이듬해 1월엔 암세포가 간과 췌장, 위 등 전신에 퍼져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이때 한 수의사가 ‘개 구충제를 복용하고 6주 만에 뇌암을 완치한 환자가 있다’며 티펜스에게 펜벤다졸을 복용하라고 제안했다. 제안을 받아들인 티펜스는 임상시험에 나섰고 3개월 뒤 검사한 결과 암세포가 깨끗이 사라졌다고 했다.

월드빌리지 매거진TV는 “강아지 구충제인 펜벤다졸이 선충류 기생충을 제거하는 데 사용되는데 이 강아지 구충제의 치료원리가 사람에게 기생하는 암세포를 구충하는 것과 같은 모양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영상은 24일 오전 5시까지 181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댓글도 4000개가 넘게 달렸다.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자 월드빌리지 매거진TV “뜨거운 관심에 부담스러운 면도 없지 않다”면서도 “단 1%의 생존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은 말기 암 환우 가족들을 위해 조 할아버지의 사례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채널은 또 “물론 헛된 희망이 될지 또는 기적과도 같은 결과를 낳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진위여부가 불분명한 가짜뉴스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조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채널은 “현재 의학적 근거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자료가 없다. 기초적인 수준에서 연구 논문들이 있지만 오로지 가설 또는 직관적 추론에 의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간 수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따라 반드시 휴식 프로토콜을 지켜야 하며 주기적인 혈액, 간 수치 검사를 하고 의학적 도움을 받아야 한다. 심사숙고해 판단하길 바란다. 판단은 개인의 몫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펜벤다졸의 항암효과가 국제 학술지에 발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암 환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2018년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는 펜벤다졸이 구충 효과를 보이는 것과 유사한 기전으로 사람의 암세포에 항암효과를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2017년에는 수의비교종양학회지에 개의 신경교종 세포에 펜벤다졸, 메벤다졸이 튜뷸린에 작용해 사멸 효과를 보인다는 실험결과도 발표됐다. 그러나 해당 논문들이 모두 세포 단위에서 실험을 다루고 있는 만큼 확대해석은 경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해당 영상이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동물 구충제를 구입할 수 있는 동물의약품지정병원이나 동물병원에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일각에선 품귀현상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3일 설명자료를 내고 “말기 암환자는 항암치료로 인해 체력이 저하된 상태로 전문가 상의 없는 약 복용은 심각한 부작용 발생 우려가 있다”며 “펜벤다졸은 사람을 대상으로 효능과 효과를 평가하는 임상시험을 하지 않은 물질로 사람에겐 안정성과 유효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항암제 같은 의약품은 사람을 대상으로 엄격히 관리되는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증명해야 식약처에서 허가한다”고 한 식약처는 “항암제로 허가받지 않은 펜벤다졸을 암 환자는 절대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약사회도 펜벤다졸과 관련해 전국 지부에 공문을 보내 강아지 구충제 판매와 관련한 주의를 당부했다. “영상 속 말기 암 환자도 펜벤다졸만 복용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 약사회는 “펜벤다졸은 동물 투여 시 안전성이 우수하다고 하지만 사람에 대한 용법‧용량이 검증된 약물이 아니고, 범혈구 감소증 같은 생명에 치명적인 부작용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