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이 “현재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공정하지 않다”면서도 “수능 100% 반영 주장은 산업화 시대로 돌아가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과 교육계에서 제기되는 정시 확대 주장에 ‘불가’ 입장을 밝힌 것이다.
국가교육회의는 대통령직속 자문기구로 지난해 대입 개편 논의를 주도했고, 현재는 문재인정부의 중·장기 대입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는 다음 달 중·장기 대입 정책의 밑그림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김 의장은 23일 ‘한국-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육콘퍼런스’ 사전 설명을 위해 세종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국제교육콘퍼런스는 다음달 23일부터 이틀 동안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다. 김 의장은 간담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딸 특혜 입시 의혹으로 불거진 대입 개편 입장도 설명했다.
그는 “현재 수능은 암기식이다. 재수 삼수하면 유리해지고 돈 들이면 점수를 따므로 결코 공정하지 않다”며 “5지 선다형으론 학생의 미래 역량을 제대로 측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학생부종합전형 관련해서는 “고교 교육이 다양하지 않아 획일적이다 보니 교육과정 바깥에서 (비교과 스펙을) 가져오게 만들다가 사고가 나기 때문”이라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바깥에서 뭘 가져올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간담회 이후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자유한국당에서 주장하는 정시 확대를 반대하는 것인가’란 질문에 “현행 수능이라면 정시 확대는 하면 안 된다. 수능 100%로 되돌리는 건 산업화 시대로 돌아가자는 얘기”라면서 “정시를 확대하더라도 수능을 서술식이나 논술식으로 개편한 뒤에 논의 가능할 것이다. 이는 단기간에 어려우므로 중·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교육회의는 국제교육콘퍼런스에서 중·장기 대입제도 방향을 공개할 계획이다. 김 의장은 “콘퍼런스 개막식에서 기조발제를 통해 학제 개편, 중·장기 대입 개편, 교원 양성, 교육과정 개편 등 큰 정책 변화를 덩어리째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콘퍼런스에서 정시 확대 여부는 논의되지 않을 전망이다. 김 의장은 “정·수시 비율 변경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며 더 큰 차원의 논의”라고 선을 그었다.
김 의장은 중·장기 대입 개편이 한 예시로 일종의 대입 자격고사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학교까지 공통 과정을 마친 학생을 대상으로 점수가 아닌 통과/미통과만 가르는 시험을 치르는 내용이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학생은 고교 졸업까지 재응시 기회를 주고, 고교 졸업 때도 통과하지 못하면 진학 대신 직업교육을 받는 구상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