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삼바 수사도 재정비… 국민연금·삼성물산·KCC 압수수색

입력 2019-09-23 17:26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3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삼성물산, KCC 등을 전방위로 압수수색했다. 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위한 경영권 승계작업이 있었다’고 판단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날 전북 전주시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서울 강동구 삼성물산 플랜트사업본부, 서울 서초구 KCC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자산운용 등에도 수사팀을 파견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국민연금을 압수수색한 것은 처음이다. 국민연금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만큼 검찰 수사가 삼성 경영권 승계 부정 의혹으로 확대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분식회계로 기업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콜옵션 부채가 2012∼2014년 회계에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합병이 이루어졌고, 제일모직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고의로 이를 숨겼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검찰은 국민연금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자신에게 손해가 될 것을 알면서도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에 찬성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당시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46.3%) 가치를 6조6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제일모직 1주를 삼성물산의 3배로 평가한 합병 비율(1대 0.35)에 찬성표를 던졌다. 제일모직 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이 합병을 통해 안정적으로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했고,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가 됐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삼정·안진·삼일·한영 등 회계법인 4곳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를 조사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비율이 조작됐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회계법인 측 관계자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합병 비율을 정하는 데 있어 삼성 측의 요구와 조율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대법원의 판결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수사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삼성 그룹 차원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있었고, 이 부회장이 이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결론 내렸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