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방어선’ 위협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공포… 향후 2주간 고비 이어질 듯

입력 2019-09-23 17:41
김포시 돼지농가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신고
확진 시 세 번째 사례…한강 이남으로 전선 확대
정밀 검사 오래 걸리는 게 불안감 더해
향후 2주간이 고비될 듯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지역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강 이북 지역에서만 한정적이었던 의심 신고가 한강 이남 지역에서 처음으로 접수됐다. 방역 당국이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한 ‘방역 테두리’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바이러스 유입경로와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추가 확산 우려가 잦아들지 않는다.

구제역과 달리 의심 신고부터 확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불안감을 부추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현장에서 감염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간이키트’가 없다. 확진까지 최소 한나절 이상이 걸린다. 다른 감염병인지 자연사인지를 구분하기도 힘들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앞으로 2주 정도는 지나야 확산 우려가 잦아들 수 있다고 판단한다.

농식품부는 23일 오전 6시40분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의 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사육하는 1800마리 중 1마리가 폐사했고, 어미 돼지 4마리가 한꺼번에 유산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출혈·발열과 함께 대표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증세라는 게 농식품부 설명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어미 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리면 유산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확진 여부에 따라 해당 농장과 500m 이내에 위치한 농장 2곳의 사육돼지 2700마리를 예방 살처분할 계획이다. 확진 판정 이후 반경 3㎞ 이내에 있는 농장 5곳(575마리)을 추가로 살처분할지 결정한다.

농식품부는 의심 신고 지역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파주시·연천군과 함께 집중관리지역으로 지정한 6개 시·도 중 하나라는 점에 그나마 안도한다. 확진 판정이 나오더라도 방역대를 벗어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한강 이남’이라는 위치가 걱정을 키운다. 의심 신고가 들어온 농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2곳과 각각 45.9㎞, 13.7㎞나 떨어져 있다. 그런데도 발병했다면 추가 전파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의심 신고부터 확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정밀 검사는 경북 김천시에 있는 국립축산검역본부에서만 할 수 있다. 검사 시간은 6시간 정도 걸리지만, 의심 신고 접수 지점에서 혈청을 확보해 김천까지 가는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 20일 음성 판정을 받은 2건 의심 신고도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16시간 이상 걸렸다. 휴대용 간이키트로 손쉽게 음성 여부를 판정하는 구제역과 초기 대처 상황이 다른 것이다.

육안으로도 판명은 어렵다. 출혈이나 발열은 돼지 콜레라로 불리는 일반 돼지열병에도 나타나는 증상이다. 어미 돼지의 유산도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20일 음성 판정을 받은 경기 파주시의 한 농가의 경우 출산을 하다 폐사한 어미 돼지를 검사했지만, 아무런 병원체도 발견할 수 없었다.

농식품부는 마지막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일인 지난 17일을 기점으로 최대 잠복기(19일) 이후까지 추가 확진 사례가 없어야만 ‘확산세’가 진정됐다고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앞으로 2주간이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