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둥성 선전시와 산둥성 지난시 등 중국의 도시들이 앞다퉈 인공지능(AI) 기술을 지하철역에 도입하고 있다. 또 수만명의 얼굴을 뚜렷하게 포착해 특정인을 골라내는 슈퍼카메라도 중국에서 개발됐다. 국가가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빅 브라더(Big Brother)’ 사회의 기반이 탄탄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개혁·개방 1번지’인 광둥선 선전시는 지하철역 개찰시 AI 얼굴인식 기술을 적용하는 시스템 가동에 들어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S가 23일 보도했다.
이 시스템은 우선 선전시 지하철 11호선의 18개역에서 가동되며,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는 60세 이상의 시민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60세 이상 승객이 별도의 승차권 없이 얼굴인식을 통해 자동으로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이 시스템은 선전시 지하철과 중국 정보통신(IT) 기업인 텐센트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선전시는 안면인식 지하철 이용객을 퇴역군인 등으로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선전시는 이와 별도로 지난 3월부터 푸톈역에서 안면인식으로 지하철을 타고내리는 서비스를 시범 실시중이다. 승객이 출입구에 설치된 스크린에 얼굴을 가까이 대면 해당 승객의 계정에서 교통비가 자동으로 결제되는 방식이다. 승객이 얼굴 정보를 사전에 등록하고, 이를 결제 수단과 연계시키면 된다.
선전시뿐 아니라 산둥성 성도인 지난시, 광둥성 성도인 광저우시 등 중국의 10개 도시도 AI 기술을 지하철 시스템에 도입하고 있다.
지난시의 경우 지난 4월부터 사전에 등록된 약 500명의 지하철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안면인식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광저우시도 지난 9월부터 2개 지하철역에서 관련 시스템을 시범 실시했다. 상하이와 산둥성 칭다오, 장쑤성 난징, 광시좡족자치구의 성도인 난닝 등도 이런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한편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과학자들이 수만명의 얼굴 가운데 특정인을 잡아낼 수 있는 5억 화소 해상도의 슈퍼카메라를 개발했다고 전했다.
상하이 푸단대학과 중국과학원 창춘광학정밀기계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이 카메라는 인간의 눈 해상도 1억2000만 화소의 4배가 넘는 5억 화소를 자랑한다. 수만 명이 운집한 경기장에서 파노라마 사진을 찍으면 모든 사람의 얼굴을 뚜렷하게 포착할 수 있다.
이 카메라를 인공지능, 안면인식, 실시간 모니터링,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과 결합하면 광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많은 사람이나 물체 가운데 특정 목표물을 즉각 골라낼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찰이 상하이 중심부에 이 카메라 시스템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군중을 모니터하면 위험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게 개발자 측이 설명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원거리에서도 개인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불순한 의도로 이용한다면 심각한 사생활 침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