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화웨이가 중국 시장에 사활을 걸었다. 중국 시장에서 스마트폰 실적이 회복되지 않으면 애플도 화웨이도 모두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덕분에 웃었던 애플은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시장 부진으로 난처한 상황이 됐다. 특히 지난해 아이폰XS가 고가 논란을 겪으며 중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에 빠진 것이 애플 전체에 큰 위기가 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아이폰11 출고가를 지난해 아이폰XR보다 크게 내리며 승부수를 던졌다. 애플은 아이폰11 중국 가격을 64GB 5499위안(약 92만원), 128GB 5999위안, 256GB 6799위안으로 정했다. 아이폰XR의 경우 초기 출고가가 64GB 6499위안(약 109만원), 128GB와 256GB는 6999위안, 7499위안이었다. 많게는 1000위안, 적게는 700위안을 내린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과거처럼 길게 줄을 서는 광경이 사라졌다”고 지난 20일 중국 출시 첫날 풍경을 전했다. 상하이, 베이징 등의 주요 매장은 열혈팬 일부가 줄을 섰지만, 예전처럼 밤을 새워 줄을 서는 풍경은 사라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서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애플로선 악재다. 또 하반기부터 중국 5G 시장에서 본격화하면서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업체들이 잇달아 5G 폰을 내놓지만 애플은 내년까지 5G 폰 없이 경쟁해야 한다는 점도 아이폰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예전처럼 뜨겁지 않다”면서 “애플이 홀로그램 폰이나 5G폰을 내놓지 않는 한 경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9일 독일 뮌헨에서 신제품 ‘메이트 30’을 공개한 화웨이는 더욱 절박하다. 미국의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에서 발이 묶여 삼성전자를 비롯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경쟁사들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메이트 30은 강력한 하드웨어 사양을 자랑하지만, 지메일, 유튜브, 구글맵 등 구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를 쓰지만, 구글의 인증을 받지 못해 구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반쪽짜리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오픈소스프로젝트(AOSP)라는 이름으로 누구나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단 구글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구글의 승인을 받는 방식으로 OS의 파편화를 막아왔다.
화웨이가 구글 서비스 없이 유럽, 남미 등에서 메이트 30을 판매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만큼 구글 서비스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애초에 구글 서비스가 차단된 상태다. 구글 서비스가 없어도 판매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오히려 미국 제재 상황의 억울함을 마케팅 요소로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리처드 유 화웨이 소비자사업 부문 최고경영자는 “메이트 30은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5G 폰이기 때문에 중국 판매가 매우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이트 30은 중국에서 사전판매를 시작했지만, 중국 외의 지역에선 판매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