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패션쇼 모델이 무대서 항의한 이유(영상)

입력 2019-09-24 06:00 수정 2019-09-24 06:00
2020 SS(봄여름)구찌 패션쇼. 환자복을 연상케하는 의상을 입고 런웨이에 선 모델들(왼쪽)과 그런 이미지 차용에 비판의 목소리를 낸 한 모델(오른쪽). 게티이미지코리아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가 패션쇼에 정신질환자를 연상케 하는 모델을 세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모델이 ‘정신 건강은 패션이 아니다’는 문구로 무대에서 직접 항의하기도 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은 전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구찌가 2020 SS(봄·여름)패션쇼에 다수의 모델에게 비슷한 스타일의 흰색 의상을 입혀 구속복(straitjacket) 논란이 일었다고 보도했다. 구속복은 정신 질환자 등 폭력적인 사람의 행동을 제압하기 위해 입히는 복장으로 사전에 정의돼 있다. 구찌는 이날 패션쇼 도입부에 단추나 굵은 끈 등 장식이 모두 흰색으로 된 의상을 입은 모델이 수평 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에 선 채 무대를 지나가는 장면을 연출했다. 핏기없고, 멍한 표정을 지으면서 걷지도 않고 제자리에 선 모델은 무기력증에 빠진 사람처럼 보였다.

이날 쇼에 선 모델 아이샤 탄 존스는 손에 문구를 적어 펼쳐 보이면서 구찌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후 그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시위 영상을 올리면서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 설명했다. 세계 많은 이들이 정신질환을 고통받으며 이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구찌와 같은 대형 패션 기업이 패션을 위해 정신질환자 이미지를 사용하는데 무감각하고 이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회 문제를 비판하면서, 구속복은 정신질환자의 권리와 자유를 뺏는 대표적인 상징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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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는 이런 논란을 반박했다. 구찌의 크레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흰색 재킷은 현대 사회에 서 억압받고 조정당하는 이들의 형국을 극단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도 “(흰색 의상은)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유니폼”이라며 구속복 논란을 잠재우려 했다.



패션쇼 초반에 등장한 ‘올 화이트’ 의상은 실제 판매되지 않는다. 구찌는 환자복 논란이 인 의상을 줄줄이 보여준 다음, 이와 상반되는 빨간 초록 노란색 등 원색이 도드라지는 의상을 등장시켰다.

구찌는 이번 패션쇼 초반에 나온 흰색 의상들은 패션쇼에 대한 선언의 의미로 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규범과 같은 권력이 자기 표현을 억압하고 정체성을 통제하는 등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표현한 것이며,흰색 뒤 제시된 다양한 형태의 의상으로 자기표현, 정체성 등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부연했다.

2020 SS(봄여름)구찌 패션쇼. 게티이미지코리아

2020 SS(봄여름)구찌 패션쇼. 게티이미지코리아

2020 SS(봄여름)구찌 패션쇼. 게티이미지코리아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