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미국 보잉사의 중국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보잉사는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항공우주박람회에 불참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보잉737 MAX8 기종의 잇따른 사고 여파 때문으로 보인다.
경쟁사인 유럽의 에어버스가 중국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고, 중국 국영 항공기 제조업체 코맥(COMAC)도 항공기 양산 채비를 갖추고 있어 보잉이 중국시장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주 베이징에서 3일간 열린 국제항공엑스포에 보잉사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보잉 홍보 담당자는 이 회사가 작년에도 이 엑스포에 참여하지 않았고 올해에는 오래전에 불참을 결정했다고 SCMP에 말했다.
보잉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이후 격화되는 미·중 무역전쟁과 지난 3월 157명이 탑승한 에티오피아 항공의 보잉 737 MAX8 기종의 추락사고로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항공 당국은 에티오피아 항공기 추락사고가 발생하자 세계에서 처음으로 MAX 8 기종의 운항을 중단시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월 말 프랑스 국빈방문시 350억 달러(약 40조원) 규모의 에어버스 항공기 300대를 구매하기로 해 경쟁사인 보잉에 충격을 줬다.
에어버스는 세계 항공기 시장을 양분하는 보잉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해왔으며,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을 이유로 보잉사 주문을 줄일 경우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에어버스 차이나 관계자는 “올해 첫 7개월 동안 중국 본토 구매자들에게 93대의 비행기를 인도했다”며 “중국은 현재 에어버스가 1779대의 항공기를 운항하고 있는 최대 시장”이라고 말했다.
에어버스는 현재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 5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20년전 점유율 9%에서 비약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2018년 말 현재 중국에서 운항하는 항공기는 모두 3639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잉측은 2038년까지 중국에서 8,090대의 항공기 신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국영 항공기 제조업체 ‘중국상용항공기(Comac·코맥)’도 중형 여객기인 C919을 앞세워 서방의 양대 항공사에 도전장을 냈다. 코맥은 2015년 보잉과 에어버스 주력 모델인 B737, A320과 비슷한 크기이 C919 시제품을 만들었고, 2017년 5월부터 시험 비행을 해오고 있다. 이미 에어차이나·중국동방항공·중국남방항공 등 중국 항공사가 900여대를 주문했다.
코맥은 2021년 처음으로 항공사들에 C919 항공기를 인도할 계획이다. 코맥은 또 아프라카 가나의 항공사에 소형 항공기 ARJ21를 판매하기로 해 글로벌 판매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맥은 향후 20년간 홍콩 대만 마카오를 포함한 중화권 시장에서 항공기 신규 수요가 9205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맥 관계자는 “일대일로 연선국가들 뿐아니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도 향후 항공기 수요가 늘어나는 시장이 될 것”이라며 “중국 뿐아니라 나머지 아시아 지역 시장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