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의 대화’ 안미현 “조국 찬반 한쪽으로 편입시키지 말라”

입력 2019-09-23 14:50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 뉴시스

안미현(40·사법연수원 41기) 의정부지검 검사가 조국 법무부 장관의 ‘검사와의 대화’를 보도한 일부 언론에 일침을 날렸다. 안 검사는 지난해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외압 의혹을 폭로한 인물이기도 하다.

안 검사는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발언한 검사이건 침묵한 검사이건 단 한 명도 위축되거나 꿔다놓은 보릿자루 마냥 멍하게 있던 검사는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검사와의 대화’ 때 나는 도시락 뚜껑조차 열지 않았다. 다른 검사들과 조 장관께서 식사하는 동안 식사를 하고 있지 않던 내가 발언을 했다”며 “이후 다른 검사들은 침묵으로 의사 표현을 대신하거나 정중하되 소신 있게 자기 의사를 표현했다”고 적었다.

안 검사는 ‘일부 참석 검사의 반대로 통상적으로 남기는 조 장관과의 기념 단체 사진은 찍지 않았다’는 보도도 반박했다.

그는 “내가 장관께 ‘이 자리를 비공개로 진행하신 것은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여겨지니 사진 촬영을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음 검찰청부터는 사진 촬영을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장관께서 그 즉시 ‘단체 사진을 찍지 말고 끝내자’고 말씀하셨다. 법무부 직원이 촬영한 사진도 장관 본인 얼굴 외엔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셨다”고 밝혔다.

안 검사는 이어 “‘개혁을 하지 못하실 것 같으면 그 자리를 내려놓으시는 게 좋을 것 같다’와 장관 가족 수사에 대한 발언은 모두 내가 했다”며 “장관 지지자 중 위 발언을 한 검사를 비난하고 싶다면 나를 비난하시면 된다”고 적었다.

안 검사는 언론에도 일침을 날렸다. 그는 “이제 내 전화기를 울려대지 말아달라. 나는 국민이 검찰을 믿지 못하는 것보다 더 많이 언론을 믿지 못하겠다”며 “기자분들 억울하신가. 매 순간 사리사욕 없이 일하는 수많은 검사가 도매금으로 적폐가 된 것보다 억울하신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제발 소설 말고 기사를 쓰셔라. 어려우면 받아쓰셔라”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검사와의 대화’에 있던 검사들(나 포함)을 조 장관 지지나 반대, 둘 중 한편으로 편입시키지 말아달라”며 “그 자리에 있던 평검사들은 나 때문에 들러리 취급될 사람들이 아니다. 저 세금이 아깝지 않게 일하는 훌륭한 이들”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나는 올바른 방향으로의 검찰개혁을 원할 뿐이다. 조 장관의 장관직 유지 여부는 내 관심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조 장관은 지난 20일 오전 11시부터 2시간가량 의정부지검에서 평검사들과 ‘검사와의 대화’를 진행했다.

일부 언론은 “사실상 안미현 검사와의 대화였고 나머지 평검사들은 들러리였다”는 참석자들의 말을 빌려 ‘검사와의 대화’를 보도했다. 임무영 (56·17기) 서울고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일시, 장소, 참석자, 내용이 모두 공개되지 않고 사전각본도 있는데 도대체 그런 걸 뭐 하려 하는지, 추구하는 바가 뭔지 모르겠다”며 ‘검사와의 대화’를 비판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