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해에 태어난 사람은 올해 우리나이로 60세 쥐띠다. 내년이면 환갑이며,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중심이다. 중고교 시절 대부분을 박정희 유신시대에 살았으며, 전두환 정권 때 주로 대학생활을 했다.
이제 상당수는 직장에서 은퇴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했거나 준비 중이다. 늙은 부모 뒷바라지와 자녀 출가시키는 과제를 안고 있는 사람이 많다. 흔히들 100세 시대라지만 자신의 건강과 노후를 심각하게 걱정하고 준비해야 하는 나이이기도 하다.
1960년생을 대변하는 작가 이경식이 자신과 가족의 40년사를 담은 참신한 기록물을 내놓았다. 일송북(대표 천봉재)이 펴낸 ‘1960년생 이경식’.
이경식은 얼굴이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중진 작가이자 번역가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 연출가로도 활동 중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경희대 대학원에서 문학을 전공한 그는 1980년대 노동운동과 문화운동에 몰두했기에 진보 지식인으로 분류된다.
지금까지 1백권 가량의 두툼한 경제경영 및 문학서적을 번역했으며 역사소설 ‘상인의 전쟁’, 경제 에세이 ‘대한민국 깡통 경제학’, 평전 ‘이건희 스토리’ ‘안철수의 전쟁’을 펴내기도 했다.
이번에 나온 ‘1960년생 이경식’은 40년에 걸친 자신의 일기와 편지를 한데 묶은 기록물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서전이기도 하다. 유신말기부터 최근까지 정치경제적 격동기에 저자를 포함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무엇을 꿈꾸며, 어떻게 사랑하고, 무엇에 좌절하고,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 왔는지를 차분하게 기록하고 있다.
총 4부 가운데 제1부 ‘청춘아, 아픔아’는 1970년대 후반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 때 쓴 일기를 추린 것이다. 가정과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꿈꾸며 고민한 흔적을 접할 수 있다.
제2부 ‘청춘아, 사랑아’는 1980년대 혁명을 꿈꾸던 청년이 인생 행로를 고민하며 장차 아내가 될 연인과 나눈 편지 글을 정리했다. 당시의 시대상과 남녀관계를 훔쳐볼 수 있다.
제3부 ‘청춘아, 그리움아’는 30대 중후반, 지향하던 이상이 현실의 벽 앞에 부서지고 난 뒤 어떻게든 현실에서 그것을 이해하고 다듬으려고 몸부림치며 처절하게 토해낸 시들을 추린 것이다.
제4부 ‘아들아, 청춘아’는 군에 입대한 아들에게 훈련기간 날마다 쓴 편지를 묶은 것이다. 중년을 넘어서야 깨달은 인생의 지혜를 아들에게 전하려고 매번 주제를 바꾸어 편지를 썼다.
이 책은 베이비부머를 포함한 중장년들에게는 각자 살아온 인생을 반추해 볼 수 있게 하며, 20-30대 청년들에게는 행복한 삶을 위한 다정한 인생 지침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독을 권한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