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매체 “트럼프 행정부, 아이슬란드와 FTA 체결 검토”

입력 2019-09-23 14:21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아이슬란드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극해 패권을 둘러싸고 진행 중인 중국, 러시아와의 전략적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아이슬란드와 FTA를 맺어서 얻을 경제적 이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미국이 아이슬란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지정학적 가치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 항로가 가시화되고 자원 개발도 본격화되면서 미국,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아이슬란드를 포함한 북극해 인접 국가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입 의향을 밝히는 해프닝을 빚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미 행정부 관리는 악시오스에 “안보적 측면에서 북극 지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북극 인접 국가들이 중국이나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과 무역 합의를 맺고 동맹 관계를 건설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북극 지역 접근을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중국은 북극 지역 내 영향력 확보를 위해 자신들이 ‘북극 인접국’이라고 규정하며 이해관계를 주장하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북극해로까지 연장하겠다는 야심도 있다. 하지만 미국은 북극해에서 멀리 떨어진 중국은 북극 개발에 참여할 권리가 없다며 맞서는 중이다.

아이슬란드는 중국 측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2013년 유럽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중국과 FTA를 체결했다. 그러면서도 아이슬란드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 제안은 거절했다. 이에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감사의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달 초 아이슬란드를 방문해 “중국이 북극 지역에서 경제적, 전략적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북극 인접 국가들과의) 동맹과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 아이슬란드를 따라 일대일로를 배척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아이슬란드와의 FTA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분위기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존 케네디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 17일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오찬 회동에서 아이슬란드와의 FTA를 밀어붙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알래스카 출신 리사 머코스키 의원도 케네디 의원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에 오찬 석상에 동석했던 펜스 부통령은 아이슬란드와의 FTA를 모색하기 위한 실무그룹이 활동 중인 사실을 공개하며 긍정적인 뜻을 밝혔다고 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