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모(56)씨를 경기 지역 교도소로 이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씨는 ‘화성 사건’ 이후인 1994년 ‘처제 성폭행·살인 사건’을 저질러 무기수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23일 “이감의 필요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씨는 부산교도소에서 20년 넘게 복역 중이다. 그는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1994년 1월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이듬해 10월부터 부산교도소에서 지내왔다. 교도소에서는 규율을 위반하거나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어 수형자를 분류하는 4단계 등급 중 가장 높은 S1 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1급 모범수 생활을 해온 것이다.
경찰은 이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만큼 전담수사본부를 꾸려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사 편의성 등을 고려해 이씨의 이감 여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감이 추진될 경우 안양교도소가 유력한 상태다.
경찰은 최근 DNA 검사를 통해 이씨를 화성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 감식 결과 5차(1987년 1월), 7차(1988년 9월), 9차(1990년 11월) 화성 사건의 증거품에서 나온 DNA와 이씨의 것이 일치한 것이다. 경찰은 부산교도소에 형사·프로파일러 등을 보내 이씨와 세 차례의 대면조사를 진행했지만, 이씨는 “나는 화성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이에 경찰은 이씨에 대한 대면조사를 잠시 중단하고 원점으로 돌아가 그간 모아온 수사자료를 검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존 사건 기록 검토와 지난 세 차례 조사에서 이씨가 한 진술 등을 면밀히 분석해 추후 이뤄질 4차 대면 조사를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A씨를 압박할 단서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씨의 진술 분석은 공은경 경위 등 프로파일러 3명이 담당하고 있다. 공 경위는 2009년 여성 10명을 살해한 혐의로 검거된 강호순의 심리분석을 담당해 자백을 끌어냈던 베테랑 프로파일러다.
경찰은 마지막 10차 사건 피해자가 발견된 1991년 4월부터 이씨가 처제 살인 혐의로 검거된 1994년 1월까지 화성과 청주 일대에서 실종, 살해된 여성이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화성에서 태어나 1993년 4월까지 거주한 이씨는 결혼하면서 아내의 고향인 청주로 이사했다. 그는 결혼 기간 내내 아내와 아들을 상대로 폭력적 성향을 보였으며, 이를 견디지 못한 아내가 집을 나가자 처제를 집으로 유인해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물 감정 의뢰, 기록 정밀 검토, 당시 사건 관련자 조사 등 진실규명을 위해 필요한 모든 사안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