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비서실장, “관광경쟁력 역대 최고”라는데…

입력 2019-09-23 11:32 수정 2019-09-23 13:39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23일 “세계경제포럼(WEF)의 관광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140개국 중 16위를 차지했다”며 “문재인 정부는 관광산업의 꽃을 활짝 피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수치 하나만으로 관광환경 개선을 논하는 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노 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WEF 순위는 2007년 42위에서 출발해 26단계나 상승한 역대 최고 순위”라며 “ICT 환경, 문화자원, 육상 및 항만 인프라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고 관광서비스 인프라(27단계), 환경 지속 가능성(36단계) 부문 등이 전년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국내관광 활성화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 다변화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관광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16년 1724만 명에 달한 외국인 방한 관광객 수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관련 경제보복으로 고꾸라진 뒤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인 출국자는 2869만 명인 반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534만 명에 그쳤다. 또 지난해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쓴 돈은 284억 달러(약 33조원)로 관광 적자가 132억 달러(약 15조원)다. 한국 관광수지는 2001년 이후 17년째 적자 상태이기도 하다.

관광 업계에서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우리 나라의 관광자원이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역대 정부는 많은 관광 활성화 사업을 꺼냈지만 엄격한 규제 탓에 번번히 좌초됐다. 환경부와 환경단체가 반대한 흑산공항 건설사업과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등이 좋은 예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관광경쟁력 순위는 현실에서는 전혀 필요없는 수치”라며 “한국의 관광 현실은 척박한게 사실이다.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듣고 자화자찬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도 “갖가지 규제가 관광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정부가 의미없는 순위로 자랑할 게 아니고 불필요한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노 실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사상 처음 발생하기 일주일 전 페이스북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한국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뭇매를 맞았다.

노 실장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가축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라는 제목의 글과 관련 그래픽을 올렸다. 그는 “아시아 7개국에서 6000건 이상 발생한, 치사율 100%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대한민국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노 실장이 글을 올린 지 일주일 만인 지난 17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경기 파주의 한 돼지 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노 실장은 지난 7월 30일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문재인 정부가 분배는 중시하면서 성장은 소홀히 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국민 1인당 GDP는 연평균 1882달러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 258달러, 박근혜 정부 814달러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 실장이 올린 그래프가 왜곡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명박정부 당시 1인당 GDP 증가액은 258달러로, 우측에 표시된 500달러의 중간까지 막대가 올라와야 했지만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박근혜정부의 경우에도 814달러를 기록해 그래프가 1000달러에 근접하도록 그려져야 하는데 오히려 500달러에 가깝도록 표현됐다. 3차원 그래프인점을 감안해도 진보 정부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그래프를 배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 실장은 지난 7월 1일 ‘평화가 경제다’는 제목의 글을 시작으로 일주일에 한 번꼴로 현 정부 경제 성과를 알리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다. 노 실장은 경제수석실 등 청와대 정책 라인에 수시로 ‘통계 분석 의뢰’를 하고 있다고 한다. 또 국민소득, 가계소득 증가 등 긍정적 지표를 그래프로 정리한 A4 용지 크기 포스터도 자체적으로 만들고 있다. 노 실장은 국민소통수석실을 거치지 않고 직접 실장실 차원에서 페이스북에 올릴 그래픽을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비서실장실 한쪽 벽면에 각종 그래프가 인쇄된 포스터가 빼곡히 붙어 있고, 그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비서실장실을 찾은 인사들이 꼭 경제부처 사무실 같다고 평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노 실장은 새 포스터가 나올 때마다 번호를 매겨 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에게도 회의 때마다 배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비서실장실에서 다른 비서관실에 수시로 통계를 요청하면서 행정관 급을 중심으로 업무 가중을 호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