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와 도교육청이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에 대해 재의를 도의회에 요구했다. 이 조례안을 지방의회가 의결한 전국 4개 시·도(서울·부산·강원·충북) 중 재의를 요구한 곳은 충북도가 처음이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23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의 국제정세, 경제상황을 바탕으로 국익·도익을 고려해 볼 때 이 조례안을 공포하기에 앞서 면밀히 더 검토할 사항이 있다고 보고 재의를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도의회의 이 조례안 입법 취지에는 적극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이 조례안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배 우려라며 우리나라가 제소한 일본의 백색국가 지정 제외 조치의 판결에 만에 하나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없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실익보다는 오히려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도내 경제계의 우려를 간과하기 어렵다”며 “국민운동으로 전개되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법제화하는 데 따른 부담도 재고해 봐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전범기업의 개념과 범위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조례 시행에 어려움이 있다”며 “도는 국익과 도익이라는 큰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도의회에 재의 요구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양개석 도교육청 행정국장도 “도의회가 발의한 조례안의 입법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며 “앞으로 학생들에게 전범기업에 대한 올바른 역사인식 확립교육과 교직원들의 경각심 고취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조례는 일본 전범기업이 생산한 제품의 공공구매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국산 제품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경우는 예외로 하도록 했다. 조례가 적용되는 기관은 충북도 본청과 직속기관, 사업소, 출장소, 충북도의회 사무처, 도 산하 출자·출연기관, 도교육청 본청과 직속기관, 교육지원청, 도교육감 소관 각급 학교가 모두 포함된다.
도의회는 다음 회기에 조례안을 안건으로 상정, 재의결하거나 폐기할 수 있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하면 조례로 확정된다.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조례안은 폐기된다.
앞서 전국 17개 시·도의회 의장들은 지난 17일 일본 전범기업 제품의 구매를 제한하는 조례안 입법 절차를 중단하자고 결의했다.
도의회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경제 대응 차원에서 조례 제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부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전향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