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민단체들이 지역 봉제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근로조건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평균 월급이 128만원에 머무는 등 근로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섬유패션도시 대구’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대구경북정보공개센터와 대구경실련에 따르면 대구지역 봉제노동자 112명(남성 40%, 여성 60%)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평균연령 57세, 평균 봉제경력 29년인 대구지역 봉제노동자들은 매일 평균 8.6시간 동안 일하지만 월급은 평균 128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봉제노동자 중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노동자는 14%, 4대보험 가입자는 17%에 불과했다.
대구경북정보공개센터와 대구경실련은 지난 8월 1일~9월 10일 봉제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근무시간, 급여, 근로계약서 작성, 4대보험 가입 여부 등 기초적인 근로조건을 조사했다.
112명 중 사업자 등록을 한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39%인 42명이었고 70명은 미등록업체에서 일하고 있었다. 등록업체와 미등록업체 노동자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각각 8.6시간, 8.7시간으로 비슷하지만 월 평균 급여는 등록업체가 160만원, 미등록업체가 107만원이었다. 미등록업체가 등록업체에 비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비등록업체 평균임금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등록업체와 미등록업체의 평균급여 차이를 이들의 근무유형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설문에 참여한 노동자 중 객공제(작업한 수량만큼 급여를 받는 것) 형태가 49%로 가장 많고 월급제는 25%에 불과했는데 등록업체의 경우 월급제 61%, 객공제가 12%인 반면 미등록업체는 객공제가 68%, 월급제가 7%로 객공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구경실련 관계자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봉제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논란이 됐지만 대구시와 노동 관련 기관은 이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시도하지 않을 정도로 이 문제에 소극적이다”며 “대구시와 정부는 대구를 세계적인 섬유패션도시로 만든다며 밀라노프로젝트라는 명목으로 1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했지만 결국 일부 사업자를 위한 일일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