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참가자가 신고한 내용과 다소 다른 집회를 했더라도 신고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거나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중대한 위반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교통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 박모(47)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박씨는 2015년 11월 14일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다른 참가자들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도로를 점거하며 행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집회 참가자 6만8000여명은 서울 중구 태평로 일대의 주요 도로 전 차로를 점거한 채 광화문광장 쪽으로 행진하다가 금지통고된 행진이라는 이유로 경찰과 충돌했다.
1·2심은 “적법한 신고를 마치고 도로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는 경우 도로의 교통이 어느 정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그 집회 또는 시위가 신고된 범위 내에서 행해졌거나 신고된 내용과 다소 다르게 행해졌어도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도로의 교통이 방해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박씨가 참가한 행진이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거나 집시법에 의해 부과된 조건을 위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신고 범위나 금지통고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봤다. 또 “박씨가 집회와 시위에 단순 참가한 것을 넘어 주도적 역할을 하는 등으로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했거나, 박씨가 공모공동정범에 해당할 정도로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에 대해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일반교통방해죄의 성립과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하급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