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바이든 거론했으나 잘못은 없어”…탄핵론 재점화

입력 2019-09-23 09:17 수정 2019-09-23 09:2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지난 7월 가졌던 전화통화에서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거론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절대로 어떤 잘못도 없었다”고 결백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남쪽 뜰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내용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바이든의 아들은 아무 것도 모르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수백만 달러를 벌여들었다”면서 “바이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격을 가했다.

민주당에서는 ‘트럼프 탄핵’ 주장이 재점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또 내부 고발자의 의회 증언을 촉구하는 등 강도 높은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지난 7월 25일 통화에 대해 “주로 축하하는 내용이었고, 그리고 주로 부패에 관한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또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 같은 우리 국민이 우크라이나에서 부패를 저지르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에 관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부자를 거론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크라이나는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새 대통령은 ‘부패를 일소할 것’이라고 말했고 나는 ‘훌륭한 일’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훌륭하고 솔직하고 친근한 통화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녹음파일이나 녹취록 존재 여부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내가 외국 정상들하고 통화할 때 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다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것들(녹취록)이 공개되기를 원한다”고 강수를 뒀다. 그러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녹취록 공개는 끔찍한 전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참모들이 반대하고 있어 녹취록이 실제로 공개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이 입장 발표문에서 “나는 아들과 해외 사업 거래에 관해 얘기한 적이 없다”고 밝힌 것을 물고 늘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들과 대화를 하지 않는 아버지가 어디 있느냐”면서 “바이든은 거짓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오는 25일 예정대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민주당에선 탄핵 주장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탄핵이 유일한 해결책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시프 위원장은 “우리는 확실히 루비콘강을 건넌 것일 수 있다”면서 “대통령이 우리를 이 길로 밀고 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시프 위원장이 민주당 내에서 탄핵 반대파였던 점에 주목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에 반대했던 의원들도 탄핵 찬성으로 돌아서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탄핵을 끝까지 밀어붙일지는 확실치 않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스 하원의장은 이 의혹을 처음 폭로한 내부 고발자의 전체 문건을 의회에 제출해야 하고 내부 고발자가 상·하원 정보위에서 증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펠로스 의장은 또 조지프 매과이어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이 의회에 정보 제공하는 것을 거부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무법이 완전히 새로운 조사 국면으로 우리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 부자의 뒷조사를 요구했다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내년 미 대선에 메가톤급 영향을 미칠 ‘태풍의 눈’으로 커가는 상황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