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과 초·중·고 교정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학교 안은 어린이 보호구역이 아니어서 피해자와 합의했을 때는 형사처벌에서 면제된다.
지난 20일 청와대 게시판에는 ‘학교 내 교통사고는 어린이보호구역(school zone)에 포함되지 않아 형사처벌이 안된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지난달 23일 충북 충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운동화 끈을 묶던 6학년 남학생이 선생님이 몰던 SUV차량에 치어 전치 8주의 부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 청원자는 이 사고를 언급하면서 “학생은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인데 가해자는 도로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며 “교문 300m 이내 도로는 스쿨존이라서 교통사고 발생 시 형사처벌 대상인데 교문을 통과한 학교 내에서는 아무런 처벌도 내릴 수 없다는 법이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현행법상 학교 안은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교통사고 특례법 12대 중과실 교통사고 조항에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에게 상해를 입힐 경우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으나 학교 안은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닐뿐더러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므로 이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 역시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송치돼 가해자 형사처분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 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 규정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2012년에도 운동장에서 하교하는 학생을 차로 치는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돼 인터넷을 달군 적이 있다. 당시 운전자의 남편은 “학교 운동장과 교실 아래 주차장 사이니까 스쿨존은 아니지 않을까요?^^;;”라는 댓글을 달아 공분을 샀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2012년 ‘학교 내 교통사고’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중과실 사유에 추가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송석두 재난 안전관리관은 “학생들이 운동장에서조차도 마음 놓고 놀지 못한다면 어디에서 뛰어놀겠느냐”며 법 개정 추진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 법안은 발의되지 못한 채 소리소문없이 자취를 감췄다.
청원자는 “정부가 교내 교통사고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다고 해놓고 아직도 안 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의 안전한 통행권을 위해 법을 개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이홍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