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21일(현지시간) 동시다발적인 시위가 열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사이 물리적 충돌 사태가 벌어졌다.
로이터·AFP통신 등은 프랑스 파리 경찰이 무허가 집회를 연 노란 조끼 시위대와 극좌 성향의 무정부주의자들로 구성된 반정부 단체 ‘블랙 블록’ 시위대를 최루가스 등을 발포해 해산시켰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경찰은 오후까지 최소 137명을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파리 시내 중심가에서는 기후 변화 대응 촉구 집회가 당국 허가 하에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 추산 1만6000명이 참석한 이 집회에 오후 1000여명의 급진주의 성향 청년단체가 섞여들면서 시위가 격화되기 시작했다. 검은 옷을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은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오토바이와 쓰레기통 등을 불태우면서 경찰과 대치했다. 일부 시위대가 뤽상부르 공원으로 향하는 길에서 경찰에 위협물을 던지고, 상가에 난입해 창문을 부수기도 하면서 파리 시내는 혼란에 빠졌다. 경찰은 이들에게 최루가스를 살포하면서 평화로운 기후 변화 대응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폭력 시위대로부터 떨어져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더불어 이날 파리 시내 한편에서는 ‘연금개혁 반대’를 기치로 내건 노란 조끼 시위도 이어졌다.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집회였다. 여기에 프랑스 정부의 연금 개현 구상에 항의하는 FO 노동조합의 집회도 열렸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예정된 기후변화 대응 촉구 시위에 노란 조끼와 블랙 블록 시위대가 난입해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파리 시내에 경찰 7500여명을 배치했다. 또 엘리제궁과 샹젤리제 거리 등 파리 시내 주요 장소들을 집회 금지 구역으로 지정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전날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차분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지만 시위의 과격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로이터통신은 “일부 노란 조끼 시위를 포함해 이날 벌어진 폭력은 평화롭게 열린 기후 변화 대응 시위를 퇴색시켰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유류세 인하 요구로 촉발된 노란 조끼 시위는 직접 민주주의 확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퇴진 요구로까지 번지며 매주 토요일 45주째 이어지고 있다. 전국으로 확산돼 지난 겨울 28만명이 넘게 모였던 시위는 정부의 유류세 인상 계획 철회, 최저임금 인상, 저소득층 연금 과세 증액 대상 제외 등 굵직한 정책 변화들을 이끌어냈지만, 올해 봄 이후 급격히 참여 인원이 줄어든 상태다. AFP통신은 “이날 집회로 노란 조끼 운동이 지난해 겨울이나 올해 초와 같은 동력을 얻을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