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도착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돌입했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은 9번째다. 청와대는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과 한·미동맹의 업그레이드 방안을 기대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미 및 남북 관계의 진전은 국정 동력을 되찾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 성과가 더욱 절실한 이유다.
문 대통령은 제74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22일부터 25일까지 뉴욕에 머문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3년 연속 유엔총회에 참석하게 됐다. 최대 관심사는 역시 한·미 정상회담이다. 애초 이낙연 국무총리 참석이 유력했던 이번 유엔총회에 문 대통령이 직접 오게 된 것도 한·미 정상회담 회담 영향이 컸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미 간 대화를 적극적으로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 ‘중재자’와 ‘촉진자’ 역할을 강조하면서 북·미 양측의 간극을 좁히는 데 중점을 둘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강경파였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하고 ‘새로운 방법’을 언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이 나라에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은 내가 북한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하는 등 최근 협상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북한도 협상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도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새로운 방법’을 언급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김 순회대사는 당시 담화에서 “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비아식 핵 포기’ 방식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조·미 관계개선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주장하였다는 보도를 흥미롭게 읽어보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고 대화 복귀를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또 회담에서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과정에서 불거진 한·미 불협화음과 관련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다시 확인하는 데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성남 서울공항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에게 “최근의 한·일 관계 어려움이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해리스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도 그 내용을 잘 알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곧 재개될 내년도 방위비 협상도 의제에 오를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여러 차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시사해온 상황이어서 이 의제를 미국 측이 회담에서 강하게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
뉴욕=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