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인 문제가 자살 생각을 하게 된 가장 주된 이유로 꼽혔다. 자살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18.5%, 조사 대상의 5분의 1에 달했다. 하지만 전문가와 상담한 경험이 있는 경우는 4.8%에 그쳤다.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18 자살실태조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복지부는 ‘자살 예방·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 근거해 상황을 5년마다 조사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2013년에 이은 두 번째다. 조사는 국민 태도 조사와 의료기관 방문 자살 시도자 실태조사로 나뉘어 진행됐다.
전국 만 19세 이상 75세 이하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 자살 태도 조사 결과, 자살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은 18.5%로 나타났다. 2013년 조사 때(22.8%)보다 4.3%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주된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34.9%), 가정생활 문제(26.5%), 성적·시험·진로 문제(11.2%) 등 순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자살 생각을 했던 사람 중 전문가와 상담한 경험이 있는 경우는 4.8% 뿐이었다. 상담 받지 않은 이유로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 같아서(40.3%)’, ‘상담으로 해결 안 될 것 같아서(30.3%)’가 압독적이었다. ‘주변 시선 때문에'(15.3%)’ 상담을 받지 않았다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자살 생각이 있는 사람 중 실제 자살을 계획한 사람은 23.2%로 나타났다. 2013년 조사 때(23.4%)와 비교하면 0.2%포인트 낮은 수치다. 자살 계획 있는 사람 중에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36.1%로 조사됐다.
국민들은 자살을 막기 위해 국가 기관이 개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자살 시도자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 동의 없이도 자살 예방기관의 개입이 허용돼야 한다는 의견에 일반 국민의 79.1%가 동의했다. 이 중 54.9%는 1회만 자살 시도를 한 경우에도 바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도자 정보(연락처 등)를 자살 예방기관에 제공하는 것(45%), 시도자 본인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이뤄지는 것(42.9%) 등이 적절한 개입 방안으로 꼽혔다.
국민의 자살 관련 지식은 증가했다고 한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자살에 관해 이야기한다’, ‘자살 생각이 시간을 두고 발생한다’는 인식 등 국민의 자살 관련 지식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자살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있다’는 등 자살에 대한 허용적 태도가 높아진 것을 우려되는 대목이다.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는 인식도 조금 낮아졌다.
38개 병원(응급실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 수행기관) 응급실을 내원한 만 18세 이상 자살 시도자 1550명(남성 657명, 여성 893명)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74.5%가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조사 때(49.6%)와 비교해 24.9%포인트 증가했다. 조사 대상 중 남성 52%, 여성 37.9%가 각종 신체 질환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2013년 조사 때와 비교해 이번 조사에서 자살 시도 원인(중복응답)으로 정신과적 증상(37.9%→35.1%), 대인관계 문제(31.2%→30.3%)는 다소 감소했다. 다만 직장 관련 문제(2.9%→5.4%), 급격한 금전손실(5.2%→8.4%)이 증가했다. 자살 시도의 두 번째 원인인 대인관계 문제 중 가족·배우자·연인 간의 문제는 89.5%로 압도적이었다.
사전 계획으로 자살 시도를 했는지 알아보니, 계획 없이 충동적인 경우 54.5%, 자살 시도 전 세 시간 이내 생각 20.3%, 세 시간 이상 생각한 비율 25.2% 순으로 나타났다.
삶과 죽음의 감정에서 죽고 싶었다고 대답한 사람은 47.7%, 죽고 싶지 않았던 사람은 13.3%, 죽거나 살거나 상관없었던 경우는 39.0% 등으로 양가적인 감정이 드러났다.
자살 시도자 중 52.6%는 음주 상태로 자살을 시도했다고 한다. 2013년 조사 때(44%)보다 높은 수치다. 남성의 58%, 여성의 48.7%가 음주 상태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 시도 방법은 음독(56.3%), 날카로운 물질(15.0%), 가스(10.3%), 농약(9.1%) 등 순으로 나타났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