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새로운 방법’…美, ‘단계적 비핵화’로 방향전환하나

입력 2019-09-22 12:13 수정 2019-09-22 12:4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방법(new method)”을 제시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가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미국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법’이 북한이 원했던 단계적 비핵화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와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를 교환하는 빅딜 방식의 일괄타결을 고수했으나 유연한 스탠스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 당시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AP뉴시스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오는 23일 열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방법’ 등을 포함한 북한 비핵화 해법의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낼 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했던 ‘리비아 모델’을 또다시 비판했다. 리비아 모델은 ‘선(先) 핵포기, 후(後) 보상’의 수순을 지칭하는 용어지만 이를 합의했던 리비아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반정부 시위로 실각돼 숨진 뒤 북한에겐 금기어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이 리비아 모델을 거론하면서 우리는 심각한 차질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새로운 방법’이 매우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새로운 방법’은 북·미 대화에 즉각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북한은 반색하고 나섰다. 북한의 북·미 실무협상 수석대표로 알려진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정치적 결단을 환영한다”면서 “미국 측이 이제 진행되게 될 조·미(북·미) 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기대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낙관하고 싶다”고 밝혔다.

북·미는 실무협상이 열릴 시간과 장소에 대해 물밑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0일 국무부에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를 만난 뒤 “북쪽에서 계속 신호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양측(북·미) 같이 앉아서 여러 가지 생각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법과 관련해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나 비핵화 최종 단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앞으로 나아가면 미국도 동시에 그럴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생각하는 새로운 방식의 첫 단계는 2차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관계 개선을 위해 연락사무소 개설 등 외교적 접촉을 넓힐 수 있는 방안들을 북한에 제시할 수 있고, 북한은 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약속했던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단계적 비핵화는 북한이 오랫동안 원하던 것이며 여기에는 제재 완화가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쇄 카드를 또다시 내놓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는 가장 기본적인 조치”라며 “미국은 북한의 핵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핵무기 1개 반출’을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VOA는 보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