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북·미협상 비관론 90%지만…결국 지도자 의지 중요”

입력 2019-09-20 17:10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1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핵비확산군축 리더십네트워크-동아시아재단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 초청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20일 북·미간 비핵화 협상을 위한 실무접촉이 2∼3주 안에 열릴 것으로 본다면서도 “북·미 간 입장차는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국방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가 개최한 ‘제30차 국내안보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북·미가 최근 비핵화 협상 재개에 대해 ‘시그널’을 주고받는 상황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미 국무부 부장관이 되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카운터파트가 될 것이고, 아니면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와 카운터파트가 돼 실무접촉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특보는 협상이 재개될 경우 북·미가 비핵화 상응 조치를 놓고 다시 한번 팽팽한 힘겨루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 강선 등 최소 세 곳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비밀 핵시설에 대한 신고 및 폐기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에 대한 상응 조치는 북한을 그렇게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상응 조치에는 인도적 지원이나 남북경협 지원 등이 포함될 수 있겠지만, 제재 해제나 완화와 같은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내용이 포함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또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 문제나 불가침 협정 체결 문제 등에서도 문 특보는 “미국이 얼마나 준비됐는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회담 중인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뉴시스

문 특보는 “(현재 북·미협상에 대한) 비관론이 90%인데 반해 낙관론은 10%, 그 중에서도 협상이 될 거라고 보는 분은 1∼2%에 불과하다. 저는 그런 열린 낙관론자에 속한다”면서 “북·미 협상은 결국 지도자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 전까지는 북·미관계를 해결하려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문 특보는 설명했다.

문 특보는 북·미대화가 다시 답보상태에 빠지게 된 배경에 대해 “가장 큰 이유는 ‘하노이 북·미협상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에서 확실한 시그널을 보이지 않는 상항에서 (하노이회담 때처럼)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가면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와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싶어하지 않을까 싶다”며 “앞으로 있을 실무협의라는 게 단순히 비핵화에 대한 실무협의를 넘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마음 속에 두고 접근할 가능성 크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또 “실무협상에서 진전을 보고,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가서 두 정상 간에 큰 외교적 타결을 볼 수 있으면 그게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