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에는 이전 시리즈에 대한 헌사를 담은 이스터에그가 숨겨져 있었다. 그 포인트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1. 애꾸의 강렬한 첫 등장을 완성한 휘파람 소리
영화는 인생을 바꿀 기회의 카드 ‘원 아이드 잭’을 받고 모인 타짜들이 목숨을 건 한판에 올인하는 이야기. 첫 번째 이스터에그는 애꾸(류승범)의 등장신에서 찾을 수 있다. 포커판을 오가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경외하는 전설적인 타짜 애꾸는 으슥한 골목에서 휘파람을 불며 등장한다. 그때 그가 부르는 노래가 다름 아닌 ‘불나비’이다.
한대수가 김상국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불나비’는 최동훈 감독이 연출한 1편 ‘타짜’에서 고니(조승우)를 화투판으로 이끈 전문 사기 도박꾼 박무석(김상호)이 고니에게 당한 뒤 부르는 노래이자, 엔딩 타이틀에 삽입된 곡이다. 타짜들의 세계에 겁 없이 뛰어든 노름꾼들의 비정하고 쓸쓸한 삶과 정서를 대변한다.
#2. 디테일 살아있는 미장센 오마주
두 번째 이스터에그는 타짜의 세계에 발을 들인 후 쓴맛을 맛본 도일출이 사설 도박장에서 마담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 속에 있다. 전설적인 타짜 ‘짝귀’의 아들인 도일출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재능으로 포커판에서 두각을 드러내는데, 애꾸와 ‘원 아이드 잭’ 팀을 만난 이후 타짜의 세계에 입문해 진정한 타짜로 거듭난다.
아버지를 따라 타짜의 길을 걷게 된 일출의 상황과 변화를 표현하고 싶었던 권오광 감독은 ‘타짜’ 속 짝귀와 고니가 만나는 장면의 미장센을 차용했다. 이질감이 느껴지는 청량한 하늘색 벽지부터 같은 브랜드의 위스키, 같은 색상의 라이터, 가죽 소파 등 작은 소품 하나까지 완벽하게 재연했다.
#3. 향수를 자극하는 명대사의 향연
‘타짜’ 시리즈는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강렬한 명대사를 선보여 왔는데, ‘타짜: 원 아이드 잭’ 속에는 이전 시리즈를 추억할 수 있는 대사들이 가득하다. 먼저 애꾸의 “경상도의 짝귀, 전라도의 아귀, 그리고 전국적으로다가…”라는 대사는 ‘타짜’에서 평경장(백윤식)이 고니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사용한 대사다. 애꾸가 일출에게 아버지의 정체를 알려주며 인용한 이 대사는 전설적인 타짜 짝귀와 그의 아들인 일출의 특수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일출을 향해 모든 것을 통달한 듯 “원래 노름꾼들은 결국 다치거나 죽어”라고 말하는 마돈나의 대사는 스승의 복수를 위해 아귀(김윤석)를 찾아간 고니의 내레이션을 활용한 것이다. 도박판을 전전하며 모든 회한을 느낀 듯한 이 대사는 도박판에서 잔뼈가 굵은 마돈나 캐릭터의 성격을 강화시킨다.
‘타짜-신의 손’의 명대사도 빼놓을 수 없다. 까치(이광수)가 일출에게 내뱉는 “이제 노름 안 해. 명절에 재미로만 할 거야”는 ‘타짜-신의 손’의 함대길(최승현)의 대사다. 이 외에도 “쫄리면 뒈지시던가” “손목 잘라” 등 ‘타짜’ 시리즈의 유명한 대사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찾는 재미를 더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