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WTO 양자협의’ 수용했지만… “입장변화 無” 고수

입력 2019-09-20 14:28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이후 분쟁해결절차인 양자협의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일본은 입장 변화가 없다”며 ‘대(對) 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WTO 협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스가와라 잇슈 일본 경제산업상은 20일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WTO 제소한 것과 관련해 양자협의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보도했다.

WTO는 무역분쟁이 발생한 경우 우선 양자협의를 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협의 요청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협의를 시작하고 60일 이내에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11일 일본이 한국에 대해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 것이 부당한 조치라며 WTO에 제소했다. 한국 정부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가트) 1조(최혜국 대우)와 10조(무역규칙 공표 및 시행), 11조(수량제한의 일반적 폐지) 등을 근거로 내세운다. 이에 WTO는 16일 분쟁해결 절차 개시를 알렸다.

스가와라 경산상은 “앞으로 외교루트를 통해 조정하겠다”며 “WTO 협정과 정합(整合·꼭 들어맞음)하다는 일본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양자협의에서도 일본의 주장을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아사히는 “일본 정부는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어 무역의 적절한 관리에 필요한 조치였다’라는 입장을 설명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스가와라 경산상은 지난 16일에도 수출규제가 “대량 파괴 무기나 일반무기(전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안전보장상의 문제는 각국이 불확산 방침을 공유하고 있다”며 수출규제가 한국 정부의 관리소홀 탓이라고 주장했다. GATT 21조가 규정한 ‘필수적 국가안보 보호 예외조치’에 해당하므로 WTO 위반이 아니라는 주장의 되풀이다. 하지만 WTO가 GATT 21조를 둘러싼 분쟁을 재판한 사례는 거의 없고 예외 규정 적용이 인정되기 위해선 안보상 상당히 중요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일본 정부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않고 있다.

양자협의가 60일을 지나도 해결책 마련에 실패하면 한국 정부는 WTO 분쟁해결기구(DSB)에 전문가로 구성된 패널(소위원회) 설치를 요청할 수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