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중 관계를 ‘전략적 선택’이라고 평가하며 중국과의 우호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중국이라는 ‘뒷배’가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북한 정권수립 71주년을 축하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날 답전을 보냈다고 2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답전에서 “우리들의 상봉은 두 당, 두 나라 인민의 공동의 귀중한 재부이며 전략적 선택인 조중(북·중) 친선을 변함없이 공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나와 총서기 동지의 확고한 의지를 세계 앞에 힘 있게 과시했다”고 했다.
시 주석과의 앞선 2차례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전통적 우방인 중국과의 관계를 부각한 것이다. 그러면서 “(시 주석과) 약속한 대로 조중 친선을 훌륭히 계승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뒷배’를 든든히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중국과의 관계를 과시하면서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 또는 대북 제재 해제를 얻어내는 데 중국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신 센터장은 “향후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미국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과의 대화 시한을 올 연말로 못 박고 진전이 없을 경우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9일 담화문에서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을 언급하며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며 조미(북·미) 사이의 거래는 막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핵화 실무협상이 임박하면서 한·미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전날 미국 워싱턴으로 떠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9일(현지시간)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조만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새로운 계산법을 진정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북·미가) 실제로 앉아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했다.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서 한국 정부가 배제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어차피 북한은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일차적으로 이야기하겠다는 것이 기존 입장이었고 우리는 그 과정에서 우리 입장이나 견해를 반영하는 것을 미국과 협의해 왔다”며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