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프로야구 최하위에 머물렀던 NC 다이노스는 20일 현재 71승 1무 65패로 리그 5위에 올라 있다. 6위 KT 위즈와 한때 치열한 와일드카드 다툼을 펼쳤지만 두팀 모두 7경기를 남겨둔 현재 4.5경기차로 크게 앞서 있다. 이달 성적은 10승 4패로 10개 구단 중 가장 좋다.
그런 NC의 경기 중후반을 든든히 지키는 선수 중 하나가 사이드암 박진우(29)다. 박진우의 올시즌 기록(9승 7패 평균자책점 3.18)은 겉으로 봐도 준수해 보인다. 그러나 최근 박진우의 성적은 준수함을 넘어선다. 전반기 선발로 뛰다 후반기부터 불펜으로 전향해 30⅔이닝을 던져 4승 3홀드를 기록한 그의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0.29에 달한다. 동기간 10경기 이상을 등판해 박진우보다 평균자책점이 낮은 선수는 한화 이글스의 마무리 정우람(17⅔이닝 무실점 12세이브) 뿐이다.
박진우는 지난해 9월 경찰청 야구단에서 군복무를 마친 뒤 곧바로 1군에 등록됐다. 복귀하자마자 11경기에 등판해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3.66으로 1군 무대에 빠르게 적응했다. 경찰청 시절 홈런이 많이 나오기로 유명한 벽제야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평균자책점 2.73을 기록한 박진우는 일전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경기장이 작은 걸 신경쓰면 못 던진다. 벽제야구장에서 홈런을 맞는 것은 개의치 않았다”며 “오히려 다른 구장에 가면 경기장이 크니 여기서는 홈런이 나오지 않을 거라 믿고 자신있게 던진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올시즌 박진우는 두 번의 보직이동을 거쳤다. 개막전 때만 해도 불펜 투수로 준비했지만 선발로 낙점됐던 구창모가 이탈하며 시즌 두 번째 경기부터는 선발로 나섰다. 선발로 5승(7패) 평균자책점 4.02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린 뒤 선발 로테이션이 궤도에 오른 후반기부터는 계투로 다시 돌아왔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1군 타자들을 상대하고 경기 운영능력까지 갖추게 된 박진우는 무적의 계투로 변신했다. 3번의 등판에서 3이닝 이상을 던져 단 1실점도 하지 않는 등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하는 선발로서의 경험을 톡톡히 활용하고 있다.
박진우의 주무기는 우타자에게는 슬라이더, 좌타자에게는 체인지업이다. 강속구를 가진 투수는 아니지만 제구력에는 자신이 있다. 그는 “나는 볼 빠른 투수는 아니다. 최고구속은 시속 138㎞, 평균은 135㎞정도 된다”며 “어느 순간에도 스트라이크를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구(18개)가 많은 점에 대해서는 “볼이 빠르지 않다보니 몸쪽 공을 깊숙이 던져야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격적으로 깊게 던져야 변화구가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진우는 흔치 않은 경력을 가지고 있다. 2013년 NC에 육성선수로 입단해 2015년 1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시즌이 끝나고 2차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두산 베어스의 지명을 받아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런데 2016시즌 직후 경찰청에 입단한 그를 다시 NC가 2차 드래프트에서 호명하며 창원으로 돌아왔다.
박진우는 “처음에 두산으로 이적할 때는 내가 나갈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돌아올 때 친정팀에 돌아온다고 생각하니 좋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NC에 아는 게 많아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었다”며 “동료들도 ‘서울 유학이랑 군대 잘 다녀왔냐’고 농담했다”고 웃었다. 올 시즌은 박진우의 이름을 전국 야구팬들에게 알린 소중한 시즌이다. 박진우는 “이렇게 시즌 개막부터 1군에 있었던 것은 처음이다”라며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잘 마치고 가을야구 마운드에서 던져보고 싶다”는 희망을 전한 바 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