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째 한국 경제 수출·투자 부진 언급한 ‘그린북’

입력 2019-09-20 11:33 수정 2019-09-20 11:34

우리 정부가 한국 경제의 수출·투자 흐름이 6개월째 부진한 상태에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미·중 무역 갈등이 지속되고 있고, 최근에는 사우디 원유시설 피격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도 불거진 상태다. 한국 경제가 내우외환의 불확실성에 빠져있는 평가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0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를 통해 “중국 등 세계 경제 둔화와 반도체 업황 부진 등으로 지난 8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3.6% 감소해 지난해 12월 이후 9월 연속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경제는 7월에도 생산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수출 및 투자의 부진한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그린북에서 '부진'이라는 표현을 지난 4월호부터 6개월 연속 사용했다. 이는 2005년 3월 그린북 창간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다만 4∼5월에는 ‘광공업 생산, 설비투자, 수출' 등 주요 수출 지표에 대해 부진으로 판단한 반면, 6∼9월에는 '수출, 투자'로 범위가 줄었다.

주요 지표를 보면 7월 광공업 생산은 제조업, 전기·가스업, 광업 등의 호조로 전월 대비 2.6% 늘었다. 지난 6월(0.1%)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서비스업 생산도 정보통신업 등에서 늘면서 1.0% 증가했다. 이로 인해 전 산업 생산은 1.2% 증가했고, 설비 투자도 2.1% 늘었다. 다만 소매판매는 0.9%, 건설 투자는 2.3% 감소했다.

8월 소비자물가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안정세로 1년 전과 비교할 때 보합을 나타냈다. 최근 확산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대해 정부는 “물량 부족 우려 등으로 불안 심리가 확대되면서 돼지고기 수요가 급증해 도매가가 급등했지만, 소매가는 영향이 미미한 상황”이라며 “가격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8월 소비(속보치)는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이 1년 전보다 6.8% 감소했다. 다만 백화점(4.5%), 할인점(0.4%), 온라인(9.2%) 매출액과 카드 국내승인액(6.3%)은 지난해 8월보다 모두 늘었다. 한국을 찾은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도 26.9% 늘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2.5로 한 달 전보다 3.4포인트 떨어지며 2년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8월 고용은 취업자가 1년 전보다 42만5천명 늘며 증가 규모가 확대되는 등 회복세를 나타냈다고 정부는 평가했다. 실업률도 3.0%로 1년 전보다 1.0%포인트나 하락했다.

국내 금융시장을 보면 주가와 국고채 금리는 8월 중순 이후 상승했으며, 환율은 상승(원화 약세)하다가 이달 들어 하락했다. 8월 주택시장은 매매가격(-0.05%)과 전세가격(-0.10%)이 전월보다 내리며 하락세를 지속했다.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 대응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며 하반기 경제활력 보강 추가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등 정책 역량을 총동원해 투자·내수·수출 활성화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