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여론 “무역전쟁 해로워” 백악관 고문은 “中 100%관세 가능” 엄포

입력 2019-09-20 11:31

끝이 안 보이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인들의 여론도 점차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6명꼴로 양국의 관세 증가가 미국에 해롭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반감은 민주당원뿐만 아니라 여당인 공화당원들 사이에서도 높아지고 있어 특히 주목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 백악관 고문은 “중국에 50~100%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며 엄포를 놓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여론조사업체 서베이몽키에 의뢰해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미국 전역에서 나이·인종·성별·교육 수준 등을 고려해 추출한 성인 274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8%가 미국과 중국의 관세 증가가 미국에 해롭다고 응답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6월 53%보다 5%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특히 야당인 민주당원 89%가 부정적인 응답을 내놨고, 무소속은 65%로 과반이었다. 여당인 공화당원들에서는 ‘해롭다’는 의견이 24%로 비교적 적은 수치였지만, 지난 6월(18%)보다 6% 포인트 상승해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미·중 무역갈등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내에서는 경제학자, 기업가들 사이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계속 비판해왔는데, 경제정책의 영향을 피부로 느끼는 대중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눈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정책 기조에 대한 의문도 높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이 ‘전혀 유익하지 않다’는 응답은 40%였고, ‘장기적으로 유익하지만 단기적으로 해롭다’는 응답은 23%였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미국 내 일자리를 복원할 것이라고 본 답변은 지난 6월 42%에서 이달 38%로 떨어졌다. 전반적 기업 여건이 내년에 호전될 것이라는 응답자 비율도 같은 기간 41%에서 36%로 하락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의식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0월, 12월 중국 제품에 대한 추가관세를 집행할 계획이었지만 10월 계획은 보류했다. 지난 9월에도 1일부터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면서도 “일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 부과는 오는 12월 15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관세 부과 연기·제외 조치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한 것”이라며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에) 영향을 받는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미국 농장지대 ‘팜 벨트’(Farm Belt)에서의 좌절감을 그 배경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주요 표밭인 이 지역에 타격을 입혀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주요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백악관 관계자가 중국을 상대로 50~100%의 관세 부과도 가능하다는 말을 했다는 보도가 나와 향후 무역협상에서의 난관이 예상된다. 마이클 필스베리 백악관 수석고문은 이날 홍콩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이 그간 중국에 부과해온 관세가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관세는 더 높아져 50~100%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그러면서 “금융시장, 즉 월스트리트와 관련된 선택지들도 있다. 대통령에겐 폭넓은 선택지가 있다”며 관세 외 조치까지 거론했다.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 앞선 실무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합의 타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중 압박 강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