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살인 용의자 2차 조사서도 혐의 부인… “나는 아무런 관계 없다”

입력 2019-09-20 10:06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모(56)씨가 2차 조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지난 19일 형사와 프로파일러 등 7명을 이씨가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로 보내 이씨를 조사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18일 1차 조사 이후 하루 만이다.

1차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던 이씨는 2차 조사에서도 자신과 화성연쇄살인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20일 다시 형사들을 보내 3차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씨가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을 유지함에 따라 수사는 예상보다 길어질 전망이다. 경찰은 10건의 화성사건 중 3건의 DNA가 이씨와 일치한다는 결과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씨가 자백하고 진범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사실까지 진술하지 않는 이상 이씨를 진범으로 결론 내리긴 어렵다. 아직 DNA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나머지 사건들도 있어 수사 장기화가 예상된다.

이에 경찰은 이씨의 DNA가 나온 5, 7, 9차 사건 이외에 나머지 사건들의 증거물에서 이씨의 DNA가 추가로 검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씨의 진술을 분석하고 그간 모아온 많은 양의 수사 기록을 원점에서 다시 살펴보는 등 이씨와 나머지 사건들과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세한 사안은 밝힐 수 없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용의자의 자백이므로 이씨를 상대로 조사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A씨(오른쪽)가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인한 혐의로 검거돼 옷을 뒤집어쓴 채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 중부매일 제공

이씨는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을 확정, 1995년 10월부터 24년째 부산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15일부터 1991년 4월3일까지 경기도 화성(당시 화성군) 태안읍 일대에서 10명의 부녀자들이 성폭행·살해된 사건이다. 경찰은 이씨의 DNA가 10건의 사건 중 5차(1987년 1월), 7차(1988년 9월), 9차(1990년 11월) 사건 현장 증거에서 발견한 DNA와 일치해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