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 일간지들이 한국의 일본여행 불매운동으로 지난달 방일 한국 여행객이 반토막 났다는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비중 있게 다루며 관광 업계의 피해를 우려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중국과 미국 여행객 수가 늘었다며 의미를 축소할 뿐 한국과의 관계개선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있다.
일본 주요 일간지 6개 중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산케이신문 4개사는 19일 조간 1면에 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발표를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8월에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자 수가 전년 대비 48% 줄었다”며 “한·일 갈등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일본 여행을 자제하는 움직임이 한국에서 급속히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한국 관광객 감소로 전체 외국인 일본 방문자 수는 11개월만에 전년 대비 감소했다”며 한국 여행자의 일본 방문은 앞으로도 저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정부 관광청이 전날 발표한 외국인 여행자 통계(추계치)를 보면 지난 8월 일본을 찾은 관광객은 총 30만8700명이다. 2018년 8월 59만3941명에서 48% 감소한 수치다.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를 시행해 한·일 갈등 초기였던 7월(-7.6%)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 영향으로 일본 전체 관광객은 전년 대비 2.2% 감소해 252만100명에 그쳤다. 전년 대비 관광객이 줄어든 곳은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인데 이들 나라에서 줄어든 관광객을 다 합쳐도 9440명에 불과하다.
아베 신조 정권에 우호적인 극우매체 산케이도 우려를 표했다. 산케이는 48% 감소가 “동일본 대지진 직후인 2011년 5월 이후 8년3개월 만의 하락폭”이라며 “한·일 관계의 악화로 항공편의 운휴가 잇따르는 등 한국인 관광객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20년 방일 관광객 4000만명’ 목표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산케이는 “한국인 관광객은 중국인과 함께 나란히 일본 방문객 수 전체를 뒷받침했지만 감소가 계속 될 경우 정부가 2020년 목표로 잡은 ‘방일 관광객 4000만명’ 달성이 어렵다”고 전했다. 도쿄신문은 “목표 달성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달성이 힘든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관광객이 감소한 대신 다른 지역의 관광객이 증가했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한국의 일본 방문자는 대폭 감소했지만, 중국은 전년 동기 대비 16%, 미국과 동남아는 전년 동기 대비 13% 대폭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1~8월 총 관광객 수도 3.9% 늘었다”고 강조했다.
‘2020년 외국인 관광객 4000만명’ 달성 목표를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내년 봄에는 (도쿄) 하네다와 나리타공항 도착·출발편이 각각 4만회, (오키나와) 나하공항은 8만회 늘어 단순 계산으로 외국인 여행자가 600만명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