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용의자를 잡았다는 소식에 전화기를 잡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공소시효가 만료돼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억울하고 원통합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당시 수사를 맡았던 하승균 전 총경은 19일 아침 출근 시간도 전에 사건 유력 용의자를 발표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한 걸음에 달려갔다. 30여년 만에 그토록 찾고 싶어했던 유력 용의자를 밝혀낸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전날 그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당시 함께 일했던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과 통화를 했다고 했다. 둘은 감격에 겨워 울먹였다. 그리고 한동안 전화기를 잡고 한참을 울었다.
이렇듯 화성연쇄살인사건은 30여년이 지났는데도 담당 형사들에게는 어제의 일처럼 잊혀지지 않는 사건이었다. 그토록 찾고자 했던 유력 용의자가 나타났다는 시원함과 함께 그 기간 힘들게 생활했던 유가족에게는 미안함이 교차했다. 담당 형사들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용의자를 처벌할 수 없더라도 반드시 누구인지를 밝혀 사건의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전 총경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선 “신에게 감사드린다. 그래도 이 세상에 정의가 있구나하고 생각했다”며 “수사 요원들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요원들이 열심히 채취하고 보관하고 비교분석한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고 감격해 했다.
또 “(용의자를) 왜 안 만나보고 싶겠나. 퇴직 후에도 신고가 많이 들어왔고, 그때마다 관심이 있었다”며 “제 머릿속엔 용의자 ‘적격’이 있다. 그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용의자인지 맞나 궁금하다”고도 했다. 하 전 총경은 사건 당시 수원경찰서 형사계장으로 일했다. 그는 2003년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 박두만(송강호 분)의 실제 모델로도 잘 알려져 있다.
유력 용의자가 너무 늦게 잡힌 것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하 전 총경은 “공소시효가 종료돼 화가 난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10차) 사건이 2006년 4월이다. 그런데 내가 공소시효 끝날 때 퇴직을 했다”며 “만약 공소시효를 늘렸다거나 없었다면 처벌 할 수 있었을 텐데, 많이 억울하고 화가 난다. 당시 수사를 하면서 유족만큼 많은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간밤에 거의 뜬눈으로 지새웠다. 33년 만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확인돼 경기남부청 미제사건수사팀에서 수사 중임이 밝혀졌기 때문”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또 “비록 공소시효가 지나 그놈을 처벌할 수는 없어도 반드시 검거해서 국민들 앞에 세워야 한다던 우리들의 약속이 실현되는 날이 왔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앞으로 1~2달 정도 수사해서 전체사건의 범인인지 판단하고 최종 결과를 낸다고 한다.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구인 기자, 수원=조민아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