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일만에 법정서 만난 김경수·드루킹…‘킹크랩 시연’ 놓고 불꽃 공방

입력 2019-09-19 17:52

포털사이트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19일 법정에서 ‘드루킹’ 김동원씨와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김 지사는 문제의 ‘킹크랩 시연회’를 본 적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고 김씨도 김 지사가 시연회에 참석했다는 증언을 반복했다.

김씨는 이날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 심리로 열린 김 지사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두 사람의 법정 대면은 지난해 12월 7일 1심 증인신문 이후 286일 만이다.

이날 공방의 핵심은 김 지사가 댓글조작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의 시연회에 참석했는지 여부였다. 1심 재판부는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김씨 사무실에서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판단, 댓글조작 공범으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유죄의 주요 근거 중 하나는 “김 지사에게서 킹크랩 사용을 허락받았다”는 김씨의 증언이었다.

김씨는 이날도 “2016년 9월 킹크랩 기계 성능을 개발하고 어떻게 사용되는지 김 지사에게 보고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날(11월 9일)도 나가면서 ‘뭘 이렇게 보여주고 그래’라고 해서 보고하지 말고 알아서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김 지사에게 댓글조작 범행 도구에 대해 설명한 뒤 사실상의 사용 허락을 받았다는 취지다. 김씨는 김 지사 측 변호인이 “당시 상황이 구체적으로 기억나느냐”고 묻자 “(김 지사가 킹크랩이 설치된 스마트폰을) 앞에 놓고 뚫어지게 쳐다봤다”라고 답했다.

김 지사는 공판 출석 전부터 “킹크랩 시연을 본 적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두 번 본 사람들과 불법을 공모했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 아니겠느냐”며 “만일 불법적인 방법으로 인터넷 여론을 조작한 것이 사실이라면 엄중 처벌돼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 측은 킹크랩 시연 시점(2016년 11월 9일 오후 8시 7분 15초~23분 53초) 직전 드루킹 일당과 닭갈비로 식사를 했고, 킹크랩이 작동될 무렵에는 시연회가 아닌 ‘선플 작업’ 등에 관한 브리핑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