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거 오르샤, 꿈의 무대를 향해 쏘다

입력 2019-09-19 16:06
디나모 자그레브 공격수 오르샤(오른쪽)가 19일(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스타디온 막시미르로 이탈리아 아탈란타를 불러 가진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C조 1차전 홈경기에서 데뷔골 넣고 안방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그는 이후 2골을 추가해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로이터연합뉴스

K리거 출신 오르샤(27·디나모 자그레브)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데뷔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한국에서 최고의 테크니션 중 하나로 기억되는 그는 이 대회 사상 9번째로 데뷔전 해트트릭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오르샤는 19일(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스타디온 막시미르로 이탈리아 아탈란타를 불러 가진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C조 1차전 홈경기에서 3골을 몰아쳐 디나모 자그레브의 4대 0 완승을 이끌었다. C조는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의 독주에 자그레브와 우크라이나 샤흐타르 도네츠크의 2위 싸움이 예상되는 조다. 자그레브는 같은 날 샤흐타르를 3대 0으로 잡은 맨시티를 골 득실차로 따돌리고 조별리그를 1위로 출발했다.

승리의 중심에 오르샤가 있었다. 1-0으로 앞선 전반 31분 본선 데뷔골을 터뜨린 뒤 전반 42분과 후반 23분에 득점을 추가해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1955-1956시즌에 출범한 이 대회에서 데뷔전 해트트릭을 달성한 선수는 오르샤까지 9명뿐이다.

오르샤의 본명은 미슬라프 오르시치. 오르샤는 K리그에서 사용했던 별칭이다. 17세였던 2009년 크로아티아 인터 재프레지크에서 프로로 데뷔한 그는 이탈리아·슬로베니아 리그를 전전하며 이름을 알리지 못하던 2015년 K리그 전남 드래곤스에 입단해 존재감을 끌어올렸다.

빈틈을 발견하고 파고드는 넓은 시야와 세트피스에서 직접 슛을 때려 넣는 정교한 킥으로 적진을 무너뜨리는 파괴력을 가졌다. 측면 공격수지만 전방 어느 곳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 중국 창춘 야타이로 잠시 떠난 2016년 하반기를 제외하고 2018년 7월까지 전남과 울산 현대에서 각각 한 시즌 반씩, 모두 101경기에 출전해 28골 1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K리그 명가 울산이 유독 우승하지 못했던 대한축구협회(FA)컵을 2017년에 처음으로 정복했을 때 오르샤는 공격진의 일원으로 힘을 보탰다. 지난해 7월 조국 크로아티아 프로축구 최강 자그레브로 이적해 유럽으로 돌아간 그는 더 이상 과거의 무명 공격수가 아니었다. 챔피언스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겨 본격적인 전성기를 시작했다. 이 틈에 지난 9일 아제르바이잔 원정경기(1대 1 무)로 열린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예선 E조 5차전에서 뒤늦은 A매치 데뷔전도 치렀다.

오르샤는 이제 맨시티의 골문을 조준하고 있다. 다음달 2일 영국 맨체스터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챔피언스리그 C조 2차전 원정경기에서 두 경기 연속 골에 도전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