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웰 차관보는 이날 미 상·하원 외교위원회에 연이어 출석해 한·일 갈등, 북핵 문제 등에 답변했다. 그는 상원 외교위에서 한·일 갈등에 대한 미국의 역할과 관련해 “우리는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면서 “눈에 보이지 않을지 모른다는 이유로 그 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나는 (차관보 부임 이후) 두 달 반 동안 (한·일) 양측의 우려를 대처하기 위해 카운터파트들과 협력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장 최근에는 8월 초 (한·미·일) 3자 회담을 개최했다”면서 “우리는 양국이 우려를 계속 표명하는 것을 잠시 멈추고 해결책을 찾도록 격려했다”고 설명했다. 스틸웰 차관보가 언급한 3자 회담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지난달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렸던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틸웰 차관보는 하원 외교위 소위에서는 “우리가 (한·일 중) 한 쪽 편을 들거나 한쪽에 다소 잘못이 있다고 지적하기는 힘들다”면서 “해결책은 (과거를) 뒤돌아보는 것을 멈추고 그들 자신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 협력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또 상원 외교위에서 공화당 코리 가드너 의원이 ‘북한이 핵무기를 여전히 생산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추정한다”고 답했다. 북한의 핵무기 수와 관련해선 “별도의 장소에서 말하겠다”며 대답을 피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대북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가드너 의원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약속을 보여줄 때까지 어떤 제재도 완화하지 않을 것이냐‘고 묻자 “(미국의) 정책은 여전히 북한의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에 있다”고 말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북한에 이산가족을 둔 한국계 미국인과 북한 주민들 간의 북·미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정말 좋은 생각”이라고 화답했다.
민주당의 브래드 셔먼 하원 외교위 소위원장은 “북한에 친척을 둔 10만명의 (한국계) 미국인이 있다”면서 “2000년 이후 남북한 간에는 최소 21차례의 이산가족 상봉이 있었는데, (미국의) 한국계 미국인은 한 번도 상봉을 못했다”고 지적했다. 셔번 의원은 이어 “이들의 나이가 많아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북·미 협상의 한 부분으로 이산가족들의 화상 상봉이나 직접 대면을 미국 정부가 추진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북한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맡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셔먼 소위원장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한국이 사우디 원전 사업 수주전에 뛰어든 것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셔먼 소위원장은 “한국이 2곳의 사우디 원전 입찰에 참여한 5개국 중 하나이고 입찰에 참여한 한국전력이 미국 기술을 사용한다”며 “한국의 원전 수주가 사우디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경우 미국이 한국 안보를 위해 한 노력과 불일치할 뿐만 아니라 수백만 명을 핵의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