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제조업자가 만든 멸균장갑·거즈 등을 새 제품처럼 보이도록 재포장해 판매한 행위는 불법 의약외품 제조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49)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2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2009년 4월 미허가 사업장을 차리고 다른 의약외품 제조업자나 수입업자가 만든 멸균장갑, 멸균밴드, 멸균거즈 등의 포장을 뜯어 다시 포장해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의약외품의 명칭, 주의사항, 유효기간 등도 임의로 기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방식으로 판매한 제품은 1억2866만원어치였다.
1심은 A씨가 불법 의약외품을 제조·판매했다고 보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약사법상 미신고 의약외품 제조 및 판매, 의약외품 허위 기재 및 표기, 의약외품 거짓 및 과장 광고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2심은 “개봉과 포장 과정에서 화학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의약품 등이 첨가되지 않았고, 제품의 성상이나 용법 등이 변경되지 않아 의약외품의 제조 행위로 볼 수 없다”며 미신고 의약외품 제조 및 판매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그외 나머지 혐의만 유죄로 인정되면서 A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검찰은 2심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미신고 의약외품 제조 및 판매 혐의에 대해서만 상고했다. 유죄 부분은 A씨 측과 검찰이 모두 상고하지 않아 형이 그대로 분리 확정됐다.
대법원은 “약사법상 의약외품의 제조와 판매에 관한 엄격한 법적규제를 하는 이유는 국민의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며 “포장을 뜯거나 개별 포장도 되지 않은 제품의 포장 단계에서 감염 등으로 인하여 원래 제품의 변질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인 입장에서는 원래의 제품과의 동일성을 상실해 별개 제품으로 여길 가능성이 크므로 재포장행위를 제조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다시 열린 2심은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따라 “의약외품 무신고 제조 및 판매는 국민건강을 위협할 수 있어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징역 2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파기환송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