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혐의 부인’… 경찰 “끝까지 실체적 진실 밝히겠다”

입력 2019-09-19 12:47 수정 2019-09-19 17:19

영화 ‘살인의 추억’ 소재이자 30여년 동안 범인이 잡히지 않던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가 현재 무기수로 복역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력 용의자는 경찰의 1차 조사에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경찰은 극히 초기 단계 수사라며 반드시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9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용의자 A씨(56)의 DNA가 10차에 걸친 화성연쇄살인사건 중 5·7·9차 등 3차례 사건의 피해자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확인된 DNA를 바탕으로 현재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를 찾아가 범죄 여부를 추궁하는 1차 조사에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이러한 상황 때문인지 경찰은 수사 진척 상황에 대해 극히 말을 아끼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이 사건를 지휘하는 본부장인 반기수 경기남부경찰청 2부장은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수사가 진행 중이라 답변할 수 없는 점 이해해 달라”면서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반 부장은 “DNA가 일치한다는 단서를 토대로 기초수사를 하던 중에 언론에 수사 사실이 알려져 불가피하게 브리핑 자리를 마련했다. 굉장히 답답하다. 초기 수사단계인데 언론에 너무 많은 내용이 나가는데 오히려 수사가 굉장히 곤란해졌다”면서 “DNA 나왔지만 분명히 용의자가 진범이 맞다고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하소연 했다.

반 부장은 이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언론이 협조헤 주길 간곡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 부장은 용의자가 50대로 이씨고 현재 교도소에 수감됐다는 부분만 말씀드릴 수 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은 이어지고 반 부장의 답변은 원론 수준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고 반복되면서 예정에 없던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이 나섰다.

배 청장은 “제 전화기도 불통이 난다.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 하겠다. 하지만 지금은 DNA 통보받은 지극히 초기단계다”며 “공소시효와 관계 없이, 발생사건도 아닌데 무슨 숨기는 게 있겠나?”고 반문했다.

배 청장은 “다만 1차 조사에선 부인하고 있다”면서 “DNA 확보가 아주 큰 성과로 실체가 드러나는 대로 정례 브리핑을 가지겠다”고 했다.

A씨는 1994년 1월 청주에서 자신의 집에 놀러 온 처제 이씨(당시 20세)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인 뒤 성폭행 후 잔인하게 살해해 유기한 강간·살인죄로 현재 부산교도소에서 20년째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80~90년대 전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이 사건은 발생 당시에도 사건 현장에서 범인이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와 6가닥의 머리카락 등의 증거물이 확보됐지만, 당시로선 과학적으로 이를 분석할 인력과 장비가 없어 실체가 밝혀지지 못했다.

희대의 연쇄살인 사건이어서 동원된 경찰 연인원만 205만여명으로 단일사건 가운데 최다로, 수사대상자 2만1280명과 지문대조 4만116명 등 각종 수사기록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경기도 화성시(당시 화성군) 태안읍 일대에서 10명의 부녀자들가 성폭행당한 채 살해당한 엽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86년 딸의 집에 다녀오던 70대 여성이 살해된 걸 시작으로 1991년 역시 딸의 집에 다녀오던 60대 여성이 성폭행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된 게 마지막이었다.10건의 사건 중 8번째 사건의 범인은 다른 남성으로 드러나, A씨는 나머지 9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경찰은 2006년 4월 2일 마지막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후에도 관련 제보를 접수하고 보관된 증거를 분석하는 등 진범을 가리기 위한 수사를 계속해왔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