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를 찾으면서 화성사건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미제사건으로 꼽히는 ‘대구 개구리소년 실종 암매장 사건’(이하 개구리소년 사건)과 ‘이형호군 유괴사건’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19일 대구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개구리소년 사건은 1991년 3월 26일 대구 성서초등학교 학생 5명이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고 이야기한 뒤 집을 나가 실종됐다가 2002년 9월 26일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세방골 중턱에서 백골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이다. 국내 단일 실종사건으로는 최대 수색 규모인 연 32만명의 인원이 동원됐지만 11년 만에 아이들은 백골 시신으로 돌아왔다. 당시 부검에서 타살로 밝혀졌지만 용의자, 정확한 사인 등은 밝히지 못했다.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돼 현재까지도 미제로 남아있다. 내사 중지 상태지만 대구지방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관련 제보를 받고 기록물을 검토하고 있다.
이형호군 사건은 1991년 1월 29일 납치된 이형호(당시 9세)군이 43일 후 테이프·끈으로 눈·코·입, 손발이 모두 결박 당한 채 한강 둔치의 배수로에서 숨진 채(질식사) 발견된 사건이다. 유괴범은 유가족에게 “7000만원을 주면 아이를 돌려주겠다”는 협박전화를 한 뒤 사라졌고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당시 범인은 단 한 차례도 아이의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두 사건 모두 화성 사건과 마찬가지로 영화 등으로 제작되는 등 국민의 마음속에 의문과 안타까움을 깊이 남긴 사건들이다. 이 때문에 사건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개구리소년 사건의 경우 민갑룡 경찰청장이 대구 사건 현장을 현직 경찰청장으로서 처음 방문하기로 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민 청장이 20일 대구 방문 일정 중 하나로 와룡산 사건 현장을 찾아 유가족 등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현장 방문은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이하 전미찾모)이 올해 초 개구리소년 사건 유가족과의 만남을 민 청장에게 건의해 이뤄졌다. 앞서 민 청장은 전미찾모 관계자와 유가족 등에게 “재수사를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찰은 민 청장의 방문이 앞서 약속한 사안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유가족이나 전미찾모 측은 화성 사건의 용의자가 밝혀진 만큼 개구리소년 사건도 재수사 등을 통해 진실을 밝힐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나주봉 전미찾모 회장은 “개구리소년 사건도 단서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화성 사건처럼 해결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고통 받고 있는 개구리소년 사건의 유가족들을 위한 추모시설 건립, 정부 진상규명위원회 설치, 심리치료 등의 지원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