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오바마’ 트뤼도 총리 인종차별 논란… “죄송하다”

입력 2019-09-19 10:27 수정 2019-09-19 14:15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001년 사립학교인 웨스트포인트 그레이 아카데미에서 열린 '아라비안 나이트' 코스툼 파티에서 얼굴, 목, 손에 갈색 분장을 하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타임 웹사이트 캡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8년 전 얼굴과 몸에 갈색분장을 하고 찍은 사진이 공개돼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그는 실수를 인정하고 즉각 사과했다. 여성·흑인 등 소수자를 위한 진보적 가치를 내세우며 ‘캐나다의 오바마’로 불리기도 했지만, 최근 여성단체로부터 ‘위선자’라고 비판받는가 하면 ‘인종차별’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내달 총선에도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18일(현지시간) 트뤼도 총리가 정계 입문 전인 2001년 한 파티에서 찍힌 사진을 보도했다. 사진 속 트뤼도 총리는 얼굴과 목, 손을 완전히 갈색으로 칠한 채 흰색 터번을 둘렀다. 당시 29세였던 그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사립학교 웨스트포인트그레이 아카데미 교사로 재직하며 ‘아라비안나이트’를 주제로 열린 연례 만찬 행사에서 ‘알라딘’으로 분장했다.

문제는 다른 인종처럼 얼굴을 까맣거나 갈색으로 분칠하는 것을 인종차별 행위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흑인 인권운동 이후 이 같은 분장은 인종차별로 치부돼 금기시됐다. 이 파티에는 학교 교직원과 행정가, 학부모가 참석했지만 피부를 갈색으로 칠한 사람은 트뤼도 총리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뤼도 총리는 사진 속 인물이 본인이라는 점을 시인하며 곧장 사과했다. 그는 이날 유세현자응로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갈색분장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더 잘 알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또 해당 사진이 인종차별적인 사진이라고 인정하면서 당시에는 이를 인종차별적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야권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엘리자베스 메이 녹색당 대표는 “사진에 나타난 인종차별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며 “그는 (인종차별로 인한) 피해를 준 것을 사과해야 하고 정부 차원에서 사회정의의 리더십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이 문제에서 그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시크교도로 터번을 쓰고 다니는 저그미트 싱 신민주당 대표도 트뤼도의 과거 사진을 가리켜 “모욕적”이라며 “대답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오는 10월 21일 총선을 앞둔 트뤼도 총리에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뤼도 총리는 소수자를 향한 차별철폐, 다양성 확대 등을 내걸어와 지지자들의 실망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트뤼도 총리는 2015년 총리 취임 당시 내각을 남녀 동수로 구성하고 사회적 소수자를 장관에 임명하면서 “지금은 2015년이잖아요(Because it's 2015)”라고 말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의 진보적 이미지에 금이 가고 있다. 트뤼도 총리와 그 측근들이 자국 건설업체의 뇌물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부적절한 압력을 가했다는 폭로가 나왔고, 캐나다 연방정부 공직윤리위원회가 “부당한 영향력 행사가 인정된다”고 봤다. 또 이를 고발한 여성 장관 2명을 해임해 ‘위선자’ ‘가짜 페미니스트’라는 비난을 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