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상 에세이] 세인트앤드루스

입력 2019-09-19 09:43

일정 중에 하루는 에든버러 근교에 있는 세인트앤드루스에 가면 좋겠다. 이곳은 스코틀랜드의 민족적, 종교적, 사상적 중심지라 할 수 있다. 경제와 행정의 수도가 에든버러라면, 이곳은 정신적 수도랄까. 그런 이곳을, 우리의 탐방지역 마지막 도시로 선정했다.

에든버러에서 세인트앤드루스까지 직선거리는 짧지만, 내륙으로 쑥 들어온 바다를 돌아가야 하므로 버스든 기차든 시간은 꽤 걸린다.


이 글에서 안내한 도보 동선을 지도상에 대략 표시해 보았다.


세인트앤드루스 구 성벽 입구(2) 도착. 버스 터미널(1)에서부터 걸어서 이동하면 된다.


첫 번째 답사지는 스코틀랜드 장로교회 트리니티 교회 예배당(3)이다.




개신교 예배당에도 스테인드글라스가 있지만, 내용은 성경의 스토리로 꾸며진다. 히스기야, 다윗, 요시야 등의 이름이 보인다.

(4) 세인트 마리 칼리지 교정에도 들어가 보자.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5)세인트앤드루스 대성당 터. 중세 시절, 스코틀랜드 최대의 종교 중심지였다.

장대했던 대성당이 종교개혁 이후 파괴되고, 이후 지진과 항만 공사까지 겹치면서, 뼈(?)만 남았다.

▲ 성당 옆에 있는 교회 묘지

바닷가 쪽으로 이동해서(6) 다 무너진 성채(7) 쪽으로 거닐어보자.


스코틀랜드의 초기 종교개혁자(순교자) 조지 휫샤트에 관한 안내판이 있다.

점심 식사 및 휴식
오전에는 이 정도로 보고 다시 시내로 들어와서 점심을 먹자.
시내 중심부에 있는 관광 안내소(8)에서 그림 지도를 구할 수 있다.

식사는 이 근처에서 피쉬 앤 칩스를 먹어보자. 필자는 인생 최고의 피쉬 앤 칩스를 여기서 먹었다. 신선한 생선을 곧바로 튀겨준다! 상호는 "Tailend". 지도상의 숫자 9번이다. 구글맵에서 정확히 검색하고 가자.

식사 후, 세인트앤드루스 대학 도서관 건물(10) 로비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 쉬었다가 오후 순서를 시작하자.


대학 교정(11)을 좀 거닐면서 다시 바닷가 쪽으로 이동하자. 세인트앤드루스 대학 박물관(MUSA : Museum of the University of St Andrews)에 가는 것이다. 대학 소속 박물관(12) 치고는 너무 잘 만들어진 MUSA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둘러보자.


박물관에 지친 사람은 MUSA 옥상에 올라가서 잠깐 힐링의 시간을 갖자. 멋진 바다 풍경을 마음껏 볼 수 있다.


서쪽으로 더 걸어가면 순교자 기념비(Martyr's Memorial)를 만날 수 있다.(13)
여기서 순교자들의 이름을 확인해보고, 해변 모래사장 쪽으로 이동하자.

이 해변은 유명하다. 영화 '불의 전차'에서 주제곡과 함께 주인공들이 해변 달리기를 하는 그 유명한 장면을 바로 여기서 찍었다.
▲ 바로 이장면! (영화 '불의 전차' 중)


사실 세인트앤드루스는 골프로 유명하다. “골프의 발상지”라는 칭호를 듣는 이곳에는 넓은 골프장과 호텔들이 있다.


우리는 골프를 칠 시간은 없으니, 바닷가를 산책하고 모래 위에 우리들의 흔적을 남겨보자. 이미 멋진 작품들이 여럿 전시(?)되어 있을 것이다.


자, 이제 하루를 마감할 시간이다. 아니, 이제 우리의 기나긴 “어쩌자고 종교개혁지 탐방” 여행을 다 마칠 시간이 됐다.


32회 연재를 마치며..

세인트앤드루스에서 돌아오며 차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면, 꿈같은 당일치기 여행이란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허전하고 스산한 마음이 들 것이다. 앙상하게 흔적만 남은 세인트앤드루스 대성당은 우리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까. 중세의 어마어마한 화려함과 위용이 무너진 뒤, 그 자리를 우리는 무엇으로 채워왔던가. 종교개혁은 기존 질서를 무너뜨린 것에 그치지 않았고, 진실된 것을 채워 넣자는 몸부림이었다.

그러면, 그 후손을 자처하며 종교개혁 답사를 떠나는 우리들은, 진실된 것을 채워 넣는 일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아니, 채우기는커녕 진실이 무엇인지에 관심이나 있을까? 아니, 애초에 기존의 강력해 보이는 - 그러나 잘못된 것이 분명한 - 질서에 도전하거나 무너뜨리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단계는 아닐까?? 피해를 볼까 두렵고, 겁이 나고, 귀찮고, 관계가 깨어지고, 그냥 하던 대로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그래서 그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도 망설였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일을 해주었다. 오고 오는 세대의 수많은 신자들을 위해서, 자신의 몸을 불쏘시개로 버리면서까지 말이다.

그것을 공짜로 내 것으로 삼을 수 있을까? 누구의 후손이라며 이름을 취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로’ 종교개혁의 후손이 된다는 것은, 말과 이름표에 있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 몫의 종교개혁을 이제 우리도 하는 것’에 있다. 그리고 그것만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유익을 준다. 선배 종교개혁자들이 전해주었던 위대한 유산처럼 말이다.

탐방을 마치며 이것 하나는 다짐해보자. 무엇을 보았다고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행에서 배운 지혜와 감동을 우리네 삶 속에서, 우리네 교회 안에서, 다는 아닐지라도 5%, 10%라도 적용하며 사는 것. 시차 적응을 마친 다음 날부터 그런 삶의 첫걸음을 시작해 보는 것. 그것이 나그네 된 우리가 세상과 이웃에 보여줄 수 있는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황희상 (‘특강 종교개혁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