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두려웠나…중국, 인터넷 우회접속도 차단 강화

입력 2019-09-18 17:24 수정 2019-09-18 18:04
베이징 천안문 광장의 가로등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중국이 가상사설망(VPN)을 통한 인터넷 우회 접속까지 차단하는 등 인터넷 통제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올해 최대 행사인 신중국 건국 70주년(10월 1일)을 앞두고 홍콩 시위 등 중국 정부에 민감한 사안이 이슈화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18일 중국 정보통신(IT)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베이징과 상하이를 중국 여러 도시에서 VPN을 이용한 인터넷 우회 접속이 어려워졌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중국에 비판적인 서방의 주요 언론 매체와 소셜미디어 접속을 차단해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언론 매체와 유튜브·넷플릭스·구글 검색 같은 인터넷 서비스, 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텔레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서비스는 접속이 제한돼 있다. 중국의 인터넷 통제망은 만리장성에 빗대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으로 불린다.

하지만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해외 업무로 관련 사이트 접속이 필요한 중국인들은 VPN을 이용해 중국 정부가 차단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해왔다.

그런데 지난 16일부터 여러 유료·무료 VPN 서비스가 동시다발적으로 장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교민들 사이에선 “중국 당국이 VPN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최근 카카오톡까지 엄격하게 차단되면서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불평도 나온다. 카카오톡은 VPN을 쓰지 않아도 텍스트 송수신은 어느 정도 가능했는데 최근 며칠 동안은 이마저도 자주 차단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인터넷 보안 수준을 높였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인 사용자가 많은 VPN인 아스트릴(Astrill) 운영진은 공지를 통해 “홍콩 시위 때문에 검열이 강화돼 서비스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10월 1일 건국 70주년 행사를 앞두고 지난 16일부터 오는 22일까지를 인터넷 안보 주간으로 지정해 인터넷 모니터링·관리 수위를 높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인터넷 안전주간을 맞아 “통제 가능하고, 개방된 인터넷을 견지하라”고 언급해 ‘인터넷 통제’를 지시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에 홍콩의 정국 혼란까지 빚어지면서 인터넷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분위기다. 지난 6월 세계적인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Wikipedia)의 전 언어 접근이 차단됐고, 차단 대상이 아니었던 워싱턴포스트와 NBC, 가디언 홈페이지 등 영미 언론 접속도 막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